박종혁(충북대 의과대 교수·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동양일보]중증‧응급‧분만‧소아 등 생명과 직결돼 국민에게 필수적으로 제공돼야 하는 필수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깊다. 최근 기사들을 보면 지난 3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2시간 가량 병원을 떠돌다 숨진 사고와 더불어 5월에도 교통사고 중상을 입은 70대가 전문의와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절당해 응급처치만 받고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다. 이 밖에도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중증 응급환자 2명 중 1명은 적정 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내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의료인력 부족과 의료시설의 불균형 분포에 따른 문제가 더욱 큰 상황으로 필수의료의 공백은 지방에서 더욱 심각하다. 지방 의료는 더 이상 지역 내 대응에 한계가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다.

충북의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기준 충북의 의사 수는 전국 최하위권으로 인구 1000 명당 1.6명 수준이다. 충북지역 의과대학 학생 정원은 총 89명으로 전국 시·도 평균 180명에 못 미치고, 인구 규모가 비슷한 강원 267명, 광주 250명, 전북 235명, 대전 199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충북도민의 기대수명은 2020년 기준 17개 시·도 중 최하위로 서울 84.8세에 비해 2.2세 낮은 82.6세이며, 시의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치료가 이뤄진다면 막을 수 있는 조기 사망을 나타내는 치료가능사망률은 2021년 기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처럼 충북도민은 충북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더 빨리 사망한다. 이는 충북도민들이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며 실제로 충북도민들은 충북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447억(2019년 기준)을 사용했다.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인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추후 도민의 건강에 더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상기한 바와 같이 충북지역 의과대학 학생 정원은 89명으로 타 시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동시에 의과대학 졸업 후 의료현장으로 배출될 시점엔 서울로 상당수가 이탈한다. 이는 지역 의료 인프라를 육성하고 확대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할 때 의학적 지식 외에도 지역 의료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하나 해당지역 출신 의과대학 학생수가 적어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대부분은 의대 졸업 후 다시 연고가 있는 수도권으로 떠난다. 충북지역 현황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대 의과대학 졸업생 중 65%가 수도권 출신으로 졸업 후 대부분 수도권으로 취업한다. 이 또한 지방의 의료서비스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충북대 의과대학 정원은 1985년에 설립 당시 49명이었으나 그 후 현재까지 동결이다. 개교 이후 응급의학과가 신설되고 내과 분야도 세분화돼 내과 세부전문의만 10명이 필요하다. 현재 의대 정원 49명으로 충북대병원 한 개 기관도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의료취약지의 의료공백을 채우고 지역주민의 건강관리 사업의 중심에 있는 지방의료원과 보건소는 더더욱 의사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이에 충북도민들의 건강권과 삶의 질을 보장을 위한 첫걸음으로 타 시도 평균에 준하는‘충북지역 의과대학 학생 정원 확충’이 필요하며, 충북지역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지역인재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

의과대 학생 정원 확대는 출발점일 뿐이다. 충북에서 양성한 의사 인력이 우리 지역에 남아 지역주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취약지역의 의사 공백 해소 등 의사들이 충북지역 적재적소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충북도민의 건강을 지켜줄 양질의 의사들이 양성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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