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환 수필가

양미환 수필가
양미환 수필가

[동양일보]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주인공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는 백발백중 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총을 잘 쏘는 타고난 명사수였다. 그러나 애티커스는 총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선하고 의롭게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그 재능을 부여한 신의 뜻이다. 그러나 인간은 종종 신의 뜻을 거스르며 살아간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미친개가 마을을 돌아다니고 사람들은 불안에 떨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백발백중 명사수인 스카웃의 아버지 에티커스가 총을 잡기만 한다면 미친개가 사살될 것을 확신한다. 망설이던 애티커스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방아쇠를 당기고 미친개는 명사수의 한 방 총알에 사살된다. 미친개는 사살되고 마을은 평화를 되찾는다. 타고난 재능이 진가를 발휘하며 재대로 사용된 순간이다. 이 장면을 목격한 스카웃은 아버지가 재능을 자랑스러워 할 만도 한데 왜 총을 잡지 않는지 의문스럽다. 그때 누군가 스카웃에게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재능을 자랑하지 않는 법이라고 말한다.

타고난 재능이 이렇게만 쓰이면 아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모두가 분별 있는 사람으로 자기 재능을 자랑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분별없이 자신의 재능을 과장으로 포장하여 자랑하기 바쁘다.

재능은 기능과는 달라야 한다. 자본에 국한된 기능과는 달리 보다 유익하게 인간에게 감동과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더해 주는 것이 재능이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명사수인 에티커스의 총구가 부를 축척하는 도구로 겨냥되었다면 에티커스의 타고난 재능은 개인의 부를 축척하는 기능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신의 뜻은 거역되고 에티커스가 존재한 세상은 더 이상 에덴동산이 될 수 없었다. 인간을 불안에 떨게 할 미친개의 출현을 대비해 신이 주신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에티커스의 재능이었으며 진가를 발휘한 재능으로 인간은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에티커스의 재능이 선하게 사용될 때 마을은 에덴동산이 되었다.

재능만이 아니라 권력도 힘도 돈도 분별 있는 사람이 소유하였으면 좋겠다. 분별없이 권력이 사용 되여 누군가 피해를 보지 않는 세상이고 분별없이 가진 힘으로 약자를 제압하지 않고 돈으로 돈에 약한 보통인 들을 유혹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언제, 어디서 출현할지 알 수 없는 미친개의 경거망동을 묵과하지 않는 도구가 타고난 재능이고 권력이고 힘이고 돈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자신의 권력은 제대로 사용되는지 힘은 정당하게 쓰이는지 돈은 신성하게 벌고 있는지 스스로 엄격하게 관리되는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