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최근 1급 감염병인 흑사병이 중국·몽골에서 발생해 방역당국이 검역강화에 들어갔다. 흑사병은 14세기 유럽인구 1/3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최악의 감염병이다. 이후 3차례 대유행이 있었으나 박멸되지 않고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간간히 발생해 2013~2018년까지 2886명이 발병됐다. 흑사병은 중국·몽골에서 풍토병으로 사냥이 금지된 타르박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병됐다.

유럽 흑사병의 기원은 몽골 초원의 토끼 만한 동물 타르박(마못)에서 시작됐다. 14세기 몽골족은 원주민이 금기시하던 타르박으로 버덕을 만들고 가죽을 사용하면서 흑사병이 발병됐고 몽골의 유럽 침공으로 유럽 전역에 전파됐다. 따라서 흑사병 발병과 몽골제국 멸망원인은 타르박과 관련이 깊다.

타르박은 양보다 작아 다루기 쉽고 고기도 부드럽고 탱글탱글해 양고기보다 맛이 뛰어난 몽골 유목민 최고 요리다. 타르박으로는 버덕이라는 요리를 만드는데 양으로 만드는 허르헉과 유사하다. 버덕은 타르박의 가죽만을 남긴 뱃속에 뼈를 제거한 고기와 불에 달군 뜨거운 돌멩이를 넣어 조리하는데 유목민의 비상식량으로 징기스칸이 어린 시절 눈물을 머금고 먹었던 추억의 음식이라 한다.

몽골 초원 어디에나 호기심이 많아 굴 입구에 쫑긋 고개를 내밀고 반기던 동물이 타르박이다. 몽골은 옛부터 타르박의 고기, 기름과 가죽을 사용했는데 19세기부터 100년 동안 유러시아에 1억5000만마리 가죽을 수출했다. 최근 몽골정부는 타르박 수가 급감하자 일부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정해 사냥을 금지했다.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인 SARS의 시작은 박쥐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향고양이의 조리과정에서 첫 전파됐다. 코로나-19의 기원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박쥐, 천산갑, 뱀, 너구리 등 야생동물 식재료 시장에서 야생동물을 통해 사람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호주 병원에서 건망증과 우울증 증세가 있는 64살 여성의 우뇌 전두엽에서 비단뱀의 회충이 살아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이 회충의 최종 숙주는 ​비단뱀으로 사람의 뇌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여성은 비단뱀이 서식하는 호수 인근에 거주하는데 자연에서 풀을 채집해 요리에 사용했는데 비단뱀의 배설물 속의 회충이 풀에 묻어 이를 직·간접적으로 섭취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중앙아프리카 도시 레스토랑에서는 매일 부시미트(bushmeat)라는 야생동물 요리가 1만여개 판매되고 있다. 인기 있는 것은 불법 밀렵한 원숭이, 산미치광이, 영양, 뱀과 총 25종의 야생동물로 63%는 훈제로, 30%는 신선육으로 나머지는 요리형태로 가공된 것이다. 팬데믹 감염병의 대부분은 동물에서 유래된 감염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후에도 여전히 야생동물 식재료 거래가 지속되고 있어 새로운 동물을 숙주로 한 신종 감염병이 언제든지 창궐할 위험이 있다.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2070년까지 최소 1만5000종의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날 것이라 전망했다. 이같이 인간의 탐욕에 의한 야생동물의 불법 밀렵과 도시화에 따른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와 거주지 교차로 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동물의 감염병에 접할 기회가 높아졌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인간의 먹거리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욕망을 위해 야생동물의 남획이 불러온 재앙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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