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수 중원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한정수 중원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동양일보]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인 가을이 되었다. 가을, 말이 살찌고, 하늘이 높은 계절이 온 것이다. 그리고 여름과 가을의 문턱인 8월 말, ‘2023 청주 문화재 야행’은 관광객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여름의 열대야보다 더 뜨겁게,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맞는 것처럼 기분좋게 행사가 성료하였다.

“청주 문화재 야행”은 해를 거듭할수록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의 공존이 이루어지면서 콘텐츠의 발견과 재발견, One Source Multi Use의 장점을 활용한 콘텐츠의 확장 측면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고, 청주의 구도심 속 골목골목의 문화재를 통한 밤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게 되어, 이제는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도 찾아 보러오는 축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청주 문화재 야행에서 많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고, 청주시 연극협회에서는 망선루에서 “숨, 망선루” 공연을 진행되었다. 공연의 내용은, 일제 식민지 치하 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망선루를 지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왜 지켜야 하는지가 공연의 핵심 내용이었다.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모든 관객들이 손에 든 작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만세를 외치고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말 장관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보며, 연극이 가진 힘을 느끼게 되며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연극은 다양한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연극을 보며 공연을 통해 교육적인 부분을 신장시킬 수 있고, 공연의 내용을 통해 교훈을 줄 수도 있으며, 또한 공연이라는 드라마가 가진 힘으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기에 연극은 우리의 삶에서 빠져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우리 지역에선 각 지역별 브랜드 공연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 없다는 점이다. 관광이나 소비 중심의 지역 축제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축제의 중심 소재들을 중심으로 퍼포먼스 형식의 짧은 공연을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짧은 시간과 시·공간적 제약, 예술적 표현의 한계가 있기에 더 다양한 공연예술의 장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점이 매우 아쉽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지역의 다양한 축제와 더불어 우리 예술분야가 함께 할 수 있는 우리 충북의 특성을 살린 공연을 위한 공연 예술제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우리 충북지역 예술가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예술가들을 초청해서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진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를 활용한 포항 바다연극제처럼, 아니면 관광 구역인 ‘수승대’를 중심으로 공연예술과 함께 관광산업을 엮을 수 있는 거창의 거창 국제연극제처럼, 이 외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다양한 공연예술축제처럼, 예술이 중심이 되어 관광을 통한 지역 알리기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충북지역에서 이러한 연극제를 개최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북은 우리 국토의 중심이다. 편리한 교통편으로 어떤 지역이든 이동하기가 용이하다는 점, 다양한 문화재와 역사적 사실을 근간으로 한 다양한 소재가 많다는 점 등 우리의 우수점을 살려 공연예술과 관련된 축제도 이제는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지역의 특산물을 기반으로 한 축제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예술가들을 위한, 미래의 예술 꿈나무들을 위한 축제가 개발된다면 우리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더 심층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기에 이번 축제를 경험하며 다소 아쉬운 우리 연극의 위치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바로 당장은 어려울 수 있다. 당연히 준비 기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우리 지역에서도 지역성을 살린 공연예술축제가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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