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유원대 교수

백기영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얻는 것이라는 소위 프리드먼 독트린이 종말되고 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근본 원칙이 바뀌고 있다.
2006년 ESG 투자의 출발점이 되는 UN PRI(책임투자원칙)가 결성되고,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이슈를 투자 정책 수립 및 의사결정, 자산 운용에 고려한다는 원칙이 발표되었다.
2019년, 애플, 아마존, 월마트, 블랙록과 같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기업 CEO가 참여하는 BRT 연례회에서는 기업의 전통적 목적인 주주 이익 극대화 원칙을 폐지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가 통합된 새로운 기업의 목적을 선언한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은 지속가능성 의제를 논의하면서 지속가능한 가치 측정 가이드라인 백서를 발간하고, 거버넌스, 지구, 사람, 번영을 4대 축으로 지속가능성 측정 지표를 제시하게 된다.
과거 기업가치는 재무제표와 같은 정량적 지표에 의해 주로 평가됐다. 그런데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ESG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ESG는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에 직결되는 핵심적인 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즉, 기업이 환경보호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원, 소비자, 협력 업체 등의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공정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ESG 기준이 강력하게 추진된 배경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21년 3월부터 은행과 보험사, 자산운용사의 ESG 관련 공시 의무를 확대했고, 영국은 모든 상장기업들에 2025년까지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2조 원 이상 상장사 기업지배구조 핵심 정보의 의무 공시, 2021년 1월 ESG 공시의 단계적 의무화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기후변화와 관련된 탄소규제도 ESG를 강화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5년 단위로 이행을 점검하고 있으며, 2018년 탄소국경세 관련 법안 근거를 마련했고, 2023년 본격적인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자의 요구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에 높은 수준의 ESG 경영체계를 갖추도록 강력하게 요구한다. ESG 통합 전략으로 투자의사 결정을 위한 재무분석 프로세스에 ESG 요소를 체계적이며 명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신용평가에 ESG기준을 반영하고 있다. 무디스는 ESG 기반으로 전체기업 33%의 신용등급을 조정했으며, S&P글로벌사는 개별기업 신용등급 평가 사유에 ESG 영향을 공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ESG 기준 요구도 강화되고 있다. 애플은 공급망 내 모든 단계의 협력사에 대한 노동권, 인권, 건강, 환경보호 등 행동 수칙을 평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1위 화학기업인 바스프는 국제노동기구 원칙 및 협력사의 ESG 표준 준수를 의무화하였다.
ESG 경영은 빠르게 시장경제의 중심원리가 되고 있으며, 국제적, 국내적 제도화를 통해 의무화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대상의 ESG 경영 혁신 전환 6대 실천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비재무적 성과를 함께 고려한 경영 목표 설정, 교육 시행, 본업에 접목할 수 있는 친환경 요소와 사회적 가치 요소에 대한 선택과 집중, 고객이나 거래 기업과 ESG 과제의 공유, 진행성과의 구체적 계량화와 모순된 사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이 그것이다.
이제 지속가능 성장의 지표로 불리는 ESG 경영은 더 이상 착한 기업을 위한 선택사항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경제가치를 창출하는가 판단하는 기준이며, ESG 경영은 모든 투자와 기업활동의 표준이 되고 있다. 지구환경과 비즈니스 경영에 도움이 되면서 다음 세대의 가치에 맞는 거대한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앞서 나가지 못하는 기업은 이후 수십 년에 걸친 부의 이동에 뒤처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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