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충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

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충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

[동양일보]일반적으로 허리가 비끗해서 발생하는 허리통증을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디스크의 손상 없이 근육이나 인대 등에 부상이 발생해 생기는 급성적인 허리통증과 달리 허리디스크는 다리의 통증, 저림 혹은 근력저하까지 동반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이러한 급성기 질환보다 퇴행성 허리디스크로 의심되는 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퇴행성 허리디스크는 노화, 반복적인 외상, 흡연, 비만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점진적으로 척추의 조직들이 퇴행해 발생하는 질병을 말한다. 보통의 퇴행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40대 이상에서 추간판 내부의 수분이 감소하면서 탄력이 줄고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도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만성적인 육체피로, 과음, 흡연, 각종 스트레스 및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문제는 퇴행성 질환이 고착화되면 사실상 원래 상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퇴행성 허리디스크의 대표적인 증상들을 기억하고 최대한 퇴행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대표적인 퇴행성 허리디스크의 증상은 △허리 통증이 2~3개월 이상 좋아지고 나빠지고를 반복하는 경우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뻐근하고 일어나서 활동하다보면 괜찮아지는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허리를 펴기 힘들거나 통증이 있는 경우 △장시간 서 있거나 장시간 걸었을 때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허리뿐만 아니라 엉덩이 부분도 통증이 있으며 간혹 다리까지 저리는 경우 △엉덩이 부분의 근육이 경직되어 있어 시리고 아픈 경우 등이다. 이 중에서 2~3개 이상의 증상이 평소 나타나고 있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다만, 허리통증이 나타나고 있다 해서 무작정 MRI 검사를 시행하거나 수술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보통 50대 이상 환자의 영상 검사 결과를 보면, 환자는 통증을 느끼지도 않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척추체간의 간극이 좁아지거나 디스크가 일부 빠져나온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의 필요성, 치료방법의 결정 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영상 검사 결과가 아닌 기능적인 상태다. 즉, 디스크가 탈출된 정도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통증의 정도와 동반 증상이다.

물론 한의학에서도 이러한 기준에 맞춰 자연치유능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추나, 침, 약침, 한약 등의 치료 방법을 적용하게 된다. 다만, 같은 증상의 환자에게 같은 치료법을 적용해도 치료 효과는 매우 상이한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우리 몸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척추뼈 주위를 감싸고 있는 코어 근육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치유되는 속도도 빠르다. 실제로 우리 몸의 중심에 있는 복부, 골반, 허리에 위치한 코어근육은 척추뼈와 여러 관절들을 바로잡아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척추뼈가 퇴행되더라도 통증과 척추질환이 생길 가능성을 많이 줄여준다. 따라서 퇴행성 허리디스크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더는 미루지 말고 적정한 체중관리와 함께 우리 몸의 근육의 기능성을 잃지 않도록 간단한 스트레칭과 운동들을 지속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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