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역사 지닌 ‘충북 산업장려관’ 새롭게 거듭나다
공간의 재탄생은 가치 알아보는 손길이 지나갔을 때 가능
지나간 것을 보존하는 일은 뿌리를 되살리는 일

이범찬 충북도 청사시설팀장이 충북도산업장려관 재탄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범찬 충북도 청사시설팀장이 충북도산업장려관 재탄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어떤 공간은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서 빛바랜 채 남아있다. 쓸모를 잃어 방치되거나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지나온 공간이 재탄생 되는 것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이의 손길이 지나갔을 때 가능하다. 87년 역사를 지닌 ‘충북 산업장려관’(등록문화재)이 새 단장을 마치고 도민의 쉼터로 거듭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는 건축물은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그곳엔 시간의 역사가 말해주는 숱한 기억들이 존재한다. 지나간 것을 보존하는 일은 뿌리를 되살리는 일이다. 역사의 무게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현재를 보다 다양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국가지정 등록문화재

충북도 도청 남서측 코너에 위치한 ‘충북산업장려관’은 일제강점기 공공건축물로 충북도청 본관보다 6개월 앞선 1936년 12월 23일 개장됐다. 건축 당시 건물연면적이 826㎡(250평)이던 건축물은 현재는 429㎡(130평)만 남아 있다. 철근 콘크리트, 목조 트러스 지붕에 붉은 벽돌조로 지어진 건물은 ‘충북 물산장려관’에서 이듬해(1937년) ’충북 산업장려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1945년 독립 후에는 경찰청, 도청 사무실, 민원실, 문서고 등으로 이용됐다. 건축 당시 모습 그대로 존속하고 있어 역사 유적이고 지붕 없는 식민지 역사박물관 역할을 하고있는 이 건물은 2007년 9월 21일 국가지정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도민의 쉼터로 재탄생

이곳은 2009년부터 문서고로 사용되면서 14년 동안 캄캄한 공간이었다. 건물정면에는 철제셔텨가 내려져 있었다. 분명 존재했지만 관심에서 사라졌던 공간이 도민의 쉼터로 재탄생됐다. 산업장려관 개장은 버려지고 쓸모없던 공간을 유용한 공간으로 탈바꿈하자는 시도에서 가능했다.

1월 발령과 함께 이 일을 맡아 진행해온 이범찬 청사시설팀장은 “도청 역사상 시도되지 않은 과정이었기에 처음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조직사회에서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검증이 안 된 만큼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고 두려움이 앞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한 마음으로 일을 진행한 13명의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기적이 여기서 일어날 것이다’

산업장려관 1, 2층은 설치 미술과 커피와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꾸며졌다. 물론 ‘산업 장려’라는 건물 기능도 유지된다. 충북 특산품을 전시하고, 동영상 시청도 가능하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높은 층고로 개방감이 느껴진다. ‘기적이 여기서 일어날 것이다’, ‘기적보다 위대한 꿈’과 같은 글귀가 이색적이다. 밝고 화사한 분위기는 활력 넘치는 대화의 공간으로 제격이다. 개인 유튜브 촬영이 가능한 원형무대와 DJ박스가 있어 이벤트를 펼칠 수 있다. 무대의 파란색(카페트)은 ‘옹달샘(수원)을 나타낸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통한 충북 개혁의 발상지임을 상징한다고.

녹색식물과 스텐인드글라스 창이 있는 2층은 사색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쉼의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부서진 벽 구멍으로 작은소리(수몰민의 애환)가 들려오는 듯하다. 새롭게 드러난 바닥(패턴타일)과 천장(나무구조물)은 87년 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작은 미술관’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건물 자체는 물론이고 전시된 작품들도 눈길이 간다.



△아르데코 양식 건축·바우하우스 스타일 디자인 반영

충북산업장려관은 아르데코(Art Deco) 양식의 건축과 바우하우스(BAUHAUS) 스타일의 디자인이 반영됐다. 건물 정면이 대로가 아니라 네거리의 모퉁이를 향하도록 설계됐는데 이는 ‘물산장려관’이 새로 개발된 상품을 전시하면서 컨벤션센터 기능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한 선택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스(1919~1933년 존속한 독일의 디자인 스쿨) 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특징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깔끔한 외형인데 이것 역시 바우하우스 디자인에 따른 것이다. 외벽에 설치한 직사각형 창과 둥근 창으로 이뤄진 두 도형은 1930년대 유행한 아르데코 스타일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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