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민과 직지를 잇는 고인쇄박물관의 중심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지난 4~7월 프랑스에서 50년만에 실물이 공개되며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은 직지.

직지는 1377년(고려 우왕 3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줄여서 부르는 책의 이름이다.

청주시민들의 자랑이자 청주의 문화유산인 직지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금속활자본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권이 보관돼 있고 상권의 행방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직지의 고장 청주에는 직지를 주제로 했으나 직지 원본은 없는, 1992년 개관한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있다. 그럼에도 30년 넘는 세월 동안 고인쇄박물관이 청주시민의 일상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시민들의 직지사랑이 남다르다는 반증 아닐까.

고인쇄박물관의 개관과 함께 직지를 지켜온 학예연구사, 라경준(54‧사진) 학예연구실장의 직지사랑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그의 휴대폰 뒷자리 번호는 ‘1377’. 직지 간행연도를 자신의 개인 휴대폰 번호로 지정했다니. 직지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라 실장은 1993년 청주시 문화예술과 학예연구사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해 1997년 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로 발령받았다.

그의 첫 목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직지 등재. 처음엔 관련 학자들도 비웃었던 일이지만 결국 직지는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그 과정은 험난하기 그지 없었다.

라 실장은 “청주에 직지 원본이 없다 보니 등재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유네스코에서 원산지(청주)와 보유지(프랑스)가 달라 공동신청을 할 것을 권유했으나 당시 프랑스에서 등재 의사 없음을 밝혀 난항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유네스코 회의 청주 유치에 성공하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설득했지만 이 과정 속에서 외교부에서 등재를 추진하던 승정원일기와도 경쟁을 벌여야하는 상황에 놓이는 등 참으로 다양한 산전수전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2011~2019년 시 문화예술과에 근무하다 2020년 다시 라 실장이 고인쇄박물관으로 돌아오며 박물관 리모델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됐다. 지난 6월 리뉴얼된 고인쇄박물관은 디지털 전시관으로써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으며 관람객 수가 부쩍 늘었다. 직지 전문가의 주도로 꾸며진 고인쇄박물관은 직지의 원형을 그대로 재현한 ‘직지 현상복제본’과 1377년 처음 인쇄된 상태를 추정해 복원한 ‘직지 원형복제본’을 감상할 수 있으며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전시 중인 ‘직지’ 원본 전시 영상도 볼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게는 인쇄와 관련해 한지장, 먹장, 벼루장, 각자장, 배첩장 등 여러 장인이 있다”며 “앞으로 금속활자인쇄기술을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내수가 고향인 라 실장은 충북고, 서원대 역사교육과를 나와 단국대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쇄와 관련된 다양한 논문과 <유네스코지정 한국의 세계유산>(공저) 등 저서를 펴냈다. 글·사진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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