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충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

[동양일보] 지난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최장 6일의 황금연휴를 보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즐거운 추억들도 많이 만들었지만 명절만 되면 나타났던 각종 질병들이 더 심화된 채 진료실을 찾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의 경우 손목통증, 허리통증, 두통, 불면 등을 호소하는 분들도 당연히 많았지만 유독 눈의 띄는 질환은 바로 위장병이다.

많은 내원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더부룩한 증상, 속이 미식거리는 증상, 가슴 두근거림, 속쓰림, 잦은 트림, 구토, 설사, 복부 팽만감 등을 동반하는 소화불량이다. 맛있는 음식과 반가운 친척을 만나고 즐거운 여행까지 다녀왔는데 달콤하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원인은 바로 긴 이동거리,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 과식, 과음, 깨져버린 생활리듬 등이다.

명절 후 발생하는 질병의 원인이 바로 식습관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동의보감에서도 올바른 식사만으로도 만병의 원인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은 동의보감 속 선조들이 전해준 식생활의 지혜를 엿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동의보감 雜病篇(잡병편), 內景篇(내경편), 外形篇(외형편) 및 湯液篇(탕액편) 등에 있는 내용을 살펴보자.

胃傷症(위상증), 싱겁게 적은 양을 먹는 것이 근본 치료가 된다고 했다. 실제 소화기능이 튼튼하지 못하면 만성소화불량으로 신체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은 못 먹어서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식함으로써 모든 병이 생긴다고 볼 수 있는 만큼 ‘포식하면 원기를 손상시킨다(食傷症)’는 말을 우선 실천해야겠다.

그럼 어떤 식생활을 해야 할까? 동의보감에서는 우선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고 그 다음 약을 쓴다고 했다(食療治病). 실제 식사가 올바르지 못하면 한평생 사는 동안에 건강과 수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여 성인병 예방과 치료의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식이요법이 우선이고 나중에 약물요법이라는 점을 우선 명심해야 한다. 이에 더해 육식으로만 치우쳐 몸이 산성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肉無補性)는 문구와 자극성이 너무 강한 음식은 삼가고 다섯 가지 맛이 균형이 잡히되 담백해야만 심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五味過傷)는 말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바로 ‘술’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술은 적당히 마시면 백약지장(百藥之長)이 되지만 지나치면 백독지장(百毒之長)이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술을 마실 때에 조급하게 마시지 말 것을 강조한다. 실제 과음이 이어질 경우, 간, 위장, 신장 등이 상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고혈압, 당뇨 등의 성인병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명절 같은 연휴기간 동안 기름진 음식과 과음이 동시에 이뤄지면 부정맥이 심해져 심장에까지 무리가 갈 수 있으니 과음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명절, 연휴기간 동안이라 해서 과음, 과식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리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부분들이 지켜지지 않아 각종 질병에 노출되었다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전문의를 찾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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