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동양일보]공무원의 직제에서는 직원과 관리자의 경계가 6급과 5급 사무관이다. 사무관이 되면 팀원이 생기고, 사무관 전에는 보편적으로 팀원이 없다. 승진하고 관리팀원이 있는 사무관으로 갈 때가 내 나이가 마흔셋이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젊은 패기만으로 좌충우돌 공직 생활을 하다가 5급 사무관이 되고 나니 팀원이 생기며 내 식구가 딸린 모양이 되었다. 이제는 나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을 어떻게 이끌고 현안에 대한 방향성을 도모하고 해결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5급 사무관부터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사무관이 되기 전에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본 업무에 충실하면 되는 위치였지만, 사무관이 되고 나서는 어떤 사항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미리 숙고하고 실무를 전개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다양하고 포괄적인 지식이 축적돼야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명구이다. “항상 무언가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걸 상기하기 위해 난 책상에 올라선단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시기였다. 내가 5급 사무관이 되고 나니 리더십과 전문지식이라는 이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그래서 ‘너 자신을 알라.’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단순하고 명료한 가르침대로 나 자신 스스로 리더십과 전문지식의 부족함을 정확하게 인식해야만 했다. 중앙부처로 가서 부딪치고 배워 나의 미숙함을 치열함으로 채울 각오를 하고 파견 신청을 했다. 사람들이 고향에 정착하는 이유가 익숙하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해야 내 고장인 충북도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부추기고 도전했다.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낯선 생활권에서 터전을 달리해야 하는 점도 적지 않은 문제였지만, 중앙부처에 뛰어난 직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큰 과제였다. 도전을 두려워하거나 나약한 마음을 극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

복지부로 파견 가서 막상 실무를 해보니 각오가 무색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중앙부처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내 한 몸 깨져도 좋으니 더 힘들고 치열한 곳에서 폭넓은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행정안전부로 도전했다.

내 고장 충북도의 발전을 위해 지방 행정을 다루는 부서에 가서 실무를 하고 싶었다. 백그라운드도 돈도 없는 나에게 중앙부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산맥 같았다. 결국, 원하는 지방 행정을 다루는 부서에서 일하진 못했지만, 당시 430명의 구성원을 가진 행정안전부에서 가장 큰 조직이었던 국가기록원으로 발령받아 서무계장으로 근무하게 됐다.



가끔 돌아간 길이 더 빠른 길이 될 때가 있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며 국가기록원에서의 실무 경험을 통해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훗날 그 경험과 지식이 다시 지방행정기관으로 돌아왔을 때 엄청난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특히, 국가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며 나무가 아닌 숲 전체를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더 큰 세상에서 배우고, 더 큰 세상과 당당히 겨뤄보고자 한 의지와 용기로 원했던 것보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실무 진행에 있어 먼저 정책의 방향성을 보고 그 방향성에서 전략을 짜는 것. 그 전략 속에서 세부적인 업무추진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중앙부처에서 충분하게 익힐 수 있었다. 도전을 통한 배움으로 충북도로 돌아와 보육팀장과 장애인복지팀장 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중앙부처에서 섭렵한 실무 방식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안주하면 발전이 없다. 그것은 개인이든 국가이든 다르지 않다.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길이 있다. 나는 스스로 넘을 벽을 만들어 그 벽을 넘어서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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