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00여년 가까이 된 건물들 그대로 남아 있어
추억 소환해 낼 수 있는 그리움의 공간

묵축제에 참가한 마을 주민들
묵축제에 참가한 마을 주민들

△1930년~1980년대까지 옛 건물 즐비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시간이 멈춘 마을’은 1930년~1980년대까지 옛 건물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개통된 장항선이 지나가던 (구)판교역을 중심으로 옛우시장 거리 주변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판교우시장은 하루에 수백 마리 소가 팔려나갈 정도로 성업을 이루던 곳이다. 현금이 넘쳐나고 생활중심지로 붐비던 이곳은 1980년대 중반까지 광천, 논산과 더불어 충남 3대 우(소)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한때의 명성이 오 간데없고 당시 건물들만 그대로 남아있다.
 

 

△동일주조장, 오방앗간, 판교극장 등 ‘국가등록문화재’ 등록

‘시간이 멈춘 마을’에 남아있는 동일주조장, 오방앗간, 판교극장 등 근대건축물 7개 동을 포함한 마을 일원은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면서 근대 역사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판교철공소 뒤편으로 판교극장이 있다. 이곳은 1970년대 티비가 보급되기 이전까지 유명가수들이 공연하는 각종 쇼와 콩쿨대회가 열리던 곳이다. 지금은 문화재생사업으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라 가림막이 처져있는 상태다.

막걸리 양조장인 ‘동일주조장’은 2000년까지 3대째 운영돼 왔다. 지금은 문이 잠긴 채 색바랜 외벽만 마주할 수 있다. 쌀이 귀했던 1970년대는 각 가정에서 술을 담그지 못하게 밀주 단속을 했다. 따라서 주조장에서 밀가루로 막걸리를 제조했다. 이후 통일벼의 보급으로 쌀 수확이 늘어나면서 ‘쌀막걸리’가 보편화됐다. 이때부터 양조장과 쌀 방앗간 운영으로 쌀 수급을 원활하게 됐다. ‘삼화정미소’라고 적혀 있는 건물은 유독 시간의 흔적이 뚜렷하다.

 

일본식 가옥인 ‘장미사진관’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살던 곳이다. 이 건물은 전통기와도 아니고 현대식 건물도 아닌 2층 구조로 된 독특한 건축물이다. 1930년 당시 11명의 일본인이 살면서 농토와 상권을 장악했다. 해방 후 ‘우시장’과 ‘세모시장’의 번성으로 장이 열리기 전 장꾼들의 숙소로 쓰이다 이후 ‘장미사진관’으로 사용됐다.

충남 판교면 현암리 일원에서 1회 도토리 묵축제가 열리고 있다.
충남 판교면 현암리 일원에서 1회 도토리 묵축제가 열리고 있다.

 

한때 손님으로 북적였을 닭집은 쇠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오방앗간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형체만 남아있을 뿐 쌀 찧는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마을에 남아있는 (구)판교역은 1931년 개점돼 장항선의 역으로 운영되다 2008년 장항선 직선공사로 판교역 역사가 이전됐다. 이후 현재는 ‘판교특화음식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1930년 당시는 천안, 광천, 대천 등에서 이곳 판교로 장을 보러 올 만큼 성황을 이뤘다. 신봉균, 박동진 씨가 심었다는 (구)역전 근처 소나무 주변에서 열차 손님들이 쉬었는데 사람들이 북적이게 되면서 자연스레 먹거리, 광대, 약장수 등이 몰려와 장사를 하게 됐다.

 

판교도토리묵축제 백찬기(가운데) 추진위원장이 묵축제에 대해 소개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판교도토리묵축제 백찬기(가운데) 추진위원장이 묵축제에 대해 소개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판교도토리 묵 축제…옛것 재현해 즐길거리 제공

때마침 찾아간 시간이 멈춘 마을 일원에서는 1회 판교도토리 묵 축제가 한창이었다. 도토리묵만들기, 도토리잎 한지엽서 뜨기, 도토리풀빵만들기, 도토리 수매 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과 도토리전, 도토리수육, 도토리묵밥, 묵무침, 소머리묵밥, 소머리수육 등 다양한 먹거리로 풍성했다. 판교는 예부터 도토리묵으로 유명했다.

 

백찬기 판교도토리묵축제 추진위원장은 “판교는 예부터 도토리의 고장으로 집집마다 묵을 쑤어 자식들을 가르치고 먹고 살았다”며 “시간이 멈춘 마을이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데 건물만 보고 가는 것이 안타까워 옛것을 재현해 즐길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2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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