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 세명대 특임교수·시인

이창식 세명대 특임교수·시인

[동양일보] 추석에는 다양한 놀이가 전승되었다. 그 가운데 거북놀이는 충북 음성의 대표적인 세시형 민속연희다. 추석날 각 가정에서 조상차례를 지낸 다음 마을 사람들이 마을 넓은 공터에 모여-한해의 풍요에 감사하는 뜻을 담아서 수숫나 옥수수잎, 왕골, 볏짚 등으로 거북이를 만들고, 저녁에 거북이를 뒤집어쓰고 집집을 돌며 복을 바라는 대동놀이이다. 거북놀이는 한 해 동안 거둔 가을걷이에 감사하여 추석 명절에 마을 사람이 모두 참여하여 논다.

거북 인형으로 함께 노는 집단놀이로서 공동체 민속신앙의 기능도 하였다. 전승집단은 거북토템 사유에 바탕을 두고 거북이를 신령하며 천수를 누리는 장수동물이라고 여겨, 1년에 한 번씩 거북이를 위한다. 마을 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빌고 재액을 몰아내기 위한 속신관념이 작용하고 있다. 거북과 질라아비 복장 등 소품을 제작한 후 거북놀이를 하게 된다. 놀이의 순서는 대체로 길놀이 → 문굿 → 샘굿(용궁굿) → 터주굿 → 조왕굿 → 마당놀이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노래를 부른다.



거북아 거북아 놀아봐라/천년 거북아 놀아봐라, 만년 거북아 놀아봐라

팔월 한가우 날에 송편을 빚어놓니/에문전에 가서 거북타령을 할적에

에레 놀구 저리나 놀구/기분 좋게 놀으소사/거북이야 말을 잘 들으쇼



음성지역에서 거북놀이가 펼쳐진 지역은 경기 여주, 이천에 경계를 이루는 청미천을 중심으로 감곡, 대소, 삼송, 생극, 금왕, 맹동 등지에서 연희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향토지『음성군지』에 의하면 감곡면 왕장리, 삼성면 용대리 밤개울, 삼성면 덕정리 금정마을, 선정리 냇거름마을, 소이면 갑산리 정주안마을 등에서 연희된 것으로 보인다. 음성의 거북놀이는 오늘날 매년 설성문화제-명칭 변경 필요-에서도 거북놀이보존회에 의한 재현행사로 펼쳐지고 있다. 거북놀이는 음성학(陰城學)의 전통민속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정체성을 지녀 민속관광 자원이 되고 있다.

현재 멍석 등 짚을 이용하는데 전승되고 있는 거북놀이 중에서도 대표성을 띠고 있는 거북놀이는 현재 조사된 내용으로 보아 음성 전역에서 행해진 특징을 드러낸다. 이러한 현상은 여타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한 전승력을 보였다. 거북이와 질라아비는 과 수수로 치장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농작물 전승과 연관된다. 거북놀이는 음성지역이 현재의 논밭농사 중심권역이었다는 사실과 생생력 놀이를 확인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된다.

거북놀이의 지역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① 충북 무형문화재 지정에 시급하게 집중해야 하고 지역문화자원의 활용에 대한 혁신대책이 필요하다. ② 도 문화재로 준비하면서 지속 전승 차원에서 지역 설성문화축제, 품바축제 등과 결합해야 한다. ③ 캐릭터 거돌이 등의 음성학적 학술발표가 필요하다. ④ 걸립성을 살려 품바축제유산의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 ⑤ 민속관 재개관 시 대표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가치 부여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보존회의 전승 강화가 중요하다. 거북놀이 대동성을 살려 참여형 축제가 되어야 한다. 풍요다산의 복을 나누고 서로 잘 사는 음성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거북놀이의 가치 전달이 요구된다. 문화콘텐츠산업 추진은 ‘공동체 전승물’의 관심과 반기문 같은 지역인물 스토리텔링의 오페라 작업, 새 캐릭터 거복(巨福)이 재구, 영상 메타버스 대동놀이 제작 등을 구축해야 한다. 음성다운 문화자원으로 창조해야 한다.

거북놀이 인문자원을 통해 화합형 나눔의 가치와 세시놀이 미학을 공유해야 한다. 거북놀이는 인류무형유산의 잠재목록감이다. 지역민, 지역리더의 공감이 우선시해야 하는 까닭이 역에 있다. 문화자원 개발 아이디어 하나가 지역을 바꾼다. 거북놀이 정신은 감사와 나눔에 있다. 이에 기대어 지역민 공동연대를 통한 자기주도적 참여지향-대동 참여와 생생 소망-의 문화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 반드시 음성학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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