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구름처럼 흩어져도 작품은 인격을 담아 존재하는 것”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생전에 아버지는 ‘사람은 한 가닥 구름이 모였다 흩어지면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구름처럼 살다 가겠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지요. 하지만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남기는 영향, 발자취 그런 것들은 구름처럼 그렇게 쉽게 흩어져버리지 않는다는 걸 이 행사를 보면서 느낍니다.”

지난 20일 우리나라 대표적인 극작가 한운사(1923~2009) 선생을 기리는 2회 ‘한운사추모제’와 1회 ‘한운사청소년문학상’ 시상식이 선생의 고향 괴산군 청안면 한운사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한운사 선생의 장남이자 한운사기념관을 설계한 한만원(67) HnSa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한 대표는 “어느 날 집에서 아버지의 대표작 ‘남과 북’의 카세트 테이프를 찾아 듣게 됐는데 깜짝 놀랐다”며 “아버지의 인격, 개성 이런 것들이 작품을 통해서 모두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품은 작품으로 단순히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을 담아 존재함으로써 후대에 연결이 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 한운사 선생은 ‘빨간 마후라’, ‘남과 북’을 비롯해 수많은 방송드라마와 영화, 소설 등을 쓴 한국의 1세대 TV드라마 작가다. 선생은 괴산군 청안면 출생으로 읍내리 생가터에는 한운사기념관이 건립돼 있다. 2013년 건립된 한운사기념관은 아들인 한 대표가 설계해 그 의미를 더했다. 올해로 건립 10주년을 맞았다.

한 대표는 “아버지는 사실 기념관 건립을 원치 않았지만 고향에서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덕분에 기념관을 건립할 수 있었다”며 “기념관 건립을 준비하면서 아버지 대학 때 일기를 비롯해 각종 메모, 모든 작업들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어 준비한 분들의 수고에 놀랐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그렇게 꼼꼼한 분이었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고 미소지었다.

 

서울이 고향인 한 대표는 경복고, 홍익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 건축설계 석사를 마쳤다. 프랑스 페르난도 몬테스 사무실과 스위스 마리오 보타아키텍티에서 근무했다. 1996년 이후 국내에서 활동하며 서울 건축학교, 경기대, 홍익대 등에서 강의했다. 젊은건축가상을 받았고 서울건축문화제,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표작으로는 가나아트샵, 안중성당, 이촌동 동부 센트레빌, 유연제, M 하우스, 왈종 미술관, 한운사 기념관, 디어스 사옥 등이 있다. 현재 어머니 이연순(94) 여사와 서울 서초구에 살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떠나신 지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추모제에 함께 하며 추억한다는 일이 감격스럽다”며 “이런 행사를 마련한 동양일보와 괴산군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