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김동환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청주시 문화제조창에서 열렸던 청주공예비엔날레가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 15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끝났지만 문화제조창 옆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는 모두의 관심을 끌 만한 기획전이 절찬리에 진행 중이다. 바로 피카소 도예전이다.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피카소는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이다. 피카소는 아비뇽의 처녀들, 게르니카 등 추상화로 대표되는 입체주의 화가로 유명하지만 그는 평생 회화 외에도 조각, 판화, 도예, 무대미술 등 다양한 매체에도 두루 관심을 가졌던 열정적인 예술가였다. 특히 도예는 회화와 조각 그리고 판화 등을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종합 예술이었기에 그의 미적 감각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분야였다.

피카소는 청소년기에 이미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만큼의 실력을 자부했을 정도로 회화에선 천재성을 보였던 예술가였으며 그가 도예를 접했을 때는 예술혼의 경지에 이르렀던 말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도예를 배울 때도 도예 기술자들에게 자신의 천재성을 자랑하기보다는 그들을 결코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항상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며 도예에 임했다고 한다.

이번 기획전에서 전시된 작품은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으로 모두 107점이다. 피카소는 같은 소재를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면서 여러 번 제작하였기에 전시된 작품 역시 여인, 부엉이, 투우, 얼굴, 염소, 물고기 등 그의 작품에서 주로 나타나는 소재를 중심으로 배치됐다.

처음 그의 작품을 보면 얼핏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투박함이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최소한의 선으로 사물의 조형과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투우를 묘사한 조각의 경우, 사람과 소를 간단한 선으로 표현했음에도 투우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사람과 소의 대치 구도가 느껴졌다. 또한 올빼미를 묘사한 물병의 경우 원통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모습이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올빼미의 이미지를 상상하기에는 충분했다.

전시의 마지막 코너에서는 ‘피카소를 만나다’라는 피카소의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상영 중이었다. 영상에선 피카소가 일필휘지로 작품을 순식간에 완성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만했던 것은 비둘기라는 소재였다.

그의 대표작인 ‘게르니카’, ‘한국에서의 학살’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전쟁에서 민간인들의 참상을 고발하는 동시에 평화를 갈망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상에서도 그는 물레를 빚어 완성된 물병으로 거침없이 비둘기를 만드는 모습을 보였고 성당 벽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도 폭력에 저항하는 비둘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벽화 밑그림의 경우 일꾼들이 실수로 철거해 버렸기에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영상은 ‘아마도 인류는 평화보다는 전쟁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른다’라는 자막과 함께 끝이 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전쟁의 불길이 다시금 타오르는 작금의 상황과도 겹쳐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청주에서도 피카소 작품을 관람할 수 있으니 시민 여러분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2023년 9월 1일 시작된 전시는 2024년 1월 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5층에서 진행된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함께 관람해서 문화 향유의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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