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강동대 교수

이동희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세상은 함께 살아가야 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는 견원지간(犬猿之間)처럼 웬수같은 사람과도 함께 살아야 한다.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겹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게 인생이고 사람 사는 세상으로, 스트레스는 내가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삶의 의미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기왕이면 좋은 사람과 함께 살고 싶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면 매우 좋은 것이다. 이 세상에 백발이 하얀 70대 아들에게 백수를 바라보는 어미가 우리 강아지 하며 매우 측은해한다. 내가 열 달을 품어 나은 자식은 강아지처럼 이쁘고,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사랑스러운 것은 어찌할 수 없다. 그런데 정말 일각이여삼추(一刻如三秋)라고 짧은 시간이 엄청 지겹고 힘든 경우도 있다. 살아가다 보면 원수지간이지만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견원지간의 삶이 종종 있다. 그런 원수지간인데도 애인처럼 사는 경우도 있다. 무슨 상황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지만 희한하게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 사용되는 한자 성어가 묘서동처로, 인생에서 이러한 동반자의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은 이에 대하여 논해보고자 한다.

묘서동처(猫鼠同處)란 무엇인가?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경우를 의미한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것은 도둑을 잡아야 할 고양이가 도둑인 쥐와 한패가 되었다는 뜻으로, 관리·감독자와 범죄자가 부정 결탁해 나쁜 짓을 함께 저지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고대 중국의 승려와 제자들의 일화를 통해 탄생한 성어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어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한자 풀이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우리는 사회적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고자 할 때 빗대 사용하며, 적절히 활용하면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거나 역할의 충돌을 지적할 때 활용한다. 묘서동처의 문헌적 의미로 구당서(舊唐書) 당(唐) 대종(代宗) 때 군사 조귀 집의 고양이와 쥐가 서로 해치지 않자, 절도사 주차가 황제에게 바쳤다. 재상 상곤(常袞)이 상서로운 일이라고 하자 중서사인(中書舍人) 최우보(崔祐甫)는 다르게 말했다. 이 동물들은 본성을 잃고 고양이가 쥐를 대하는 것이 법을 집행하는 관리가 부정부패를 부지런히 척결하지 않고, 국경을 지키는 관리가 외적의 침입을 부지런히 방어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라며 고양이가 제 일을 하면 쥐가 화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이 말에 황제는 동의했다. 쥐는 곡식을 훔치는 도둑에 비유하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동물이므로 함께 살 수 없는 관계로, 둘이 함께 있다는 것은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과 도둑이 한패가 되었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들은 귀는 천 년이고 말한 입은 사흘이라고 한다. 모진 말을 한 사람은 쉽게 잊고 살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결코 쉽게 잊지 못하고 트라우마로 상처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덕치(德治)는 국민들이 걱정 없이 잘 먹고 사는 것이며, 작은 정치는 개인 영달을 추구하나 큰 정치는 세상을 바꾼다. 작은 정치는 선거에 연연하고 큰 정치는 국민의 삶에 치중한다. 국민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잘 먹고 잘살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는 생생지락(生生之樂)을 세종대왕은 국가 목표로 삼았다. 묘서동처와 이전투구(泥田鬪狗)는 난세에 유행하며, 이전투구는 진흙탕 속에서 싸우는 개를 말하며,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투는 것이다.

이왕 세상에 태어나 한 세상을 살아간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죽을 때까지 함께 사는 것이 행복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있고, 사람 같지 않은 사람도 간혹 있다. 그런 인간은 귀신이 잡아갔으면 하지만,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며, 이순(耳順)이 지난 삶을 살아보니 세상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고양이와 쥐 혹은 톰과 제리는 상부상조(相扶相助)하며 살아야 하고, 세상 변화에 따라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세상살이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혜롭게 살고, 요즘 같은 험난한 세상은 혜안(慧眼)의 눈으로 현명하게 대처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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