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제천시장

김창규 제천시장

[동양일보]며칠전엔 모 방송과의 인터뷰를 위해 박달재를 넘어 충주를 다녀왔다. 차창을 스치는 천등산 박달재의 단풍을 바라보면서 올 한해도 마감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들이 단풍속을 달리는 박달재 옛길처럼 구불구불 줄지어 떠올랐다.

올 계묘년은 내가 제천시장으로서 두 번째로 맞는 해이다. 취임 직후부터 내가 가장 고심했던 것은 시정에 민주주의 리더십과 성과주의 행정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인구소멸의 위기에 있는 우리 지역을 살려내는 길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에 있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은 행정방식을 민주적이고 성과주의적으로 바꾸는데 있다는 나의 소신 때문이었다. 종래의 소비적인 지방행정을 성과적이고 생산적인 것으로 바꾸지 않고는 지방도시는 쇠퇴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이러한 나의 소신은 재외공관장을 하면서 체득한 조직운영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구글이 엄청난 돈을 투자하여 실시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의 결론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현대 일류기업들이 성공한 궁극적인 이유가 직원들의 창의적이고 성과주의적인 업무태도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우리 시청의 업무방식을 민주적이고 성과주의적으로 바꾸려는 나의 시도가, 권위주의가 만연한 지역행정의 전통을 감안할 때,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쇠퇴하는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확신 때문에 흔들림 없이 밀어부쳤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느 조직이든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깊은 지식에 기반하여 창의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거양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방법이라 함은 직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말하는데, 한마디로 현대는 아이디어 전쟁의 시대이다. 지자체도 마찬가지여서, 그들이 지자체간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는 창의적이고 성과주의적인 행정을 구현하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종래의 지방행정은 진정한 성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중앙에서 예산을 배정해 주면 시·군 등 지방행정기관은 지정된 사업을 성실히 집행하면 그만이었다. 말하자면, 그 운영에 따른 수익이 얼마나 되느냐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지방자치시대에 살고 있다. 지방자치라는 말은 지방의 권한이 증가하는 만큼 책임도 늘어난다는 말이다. 그 책임은 예산을 생산적으로 사용하여 지역경제를 살리고, 시민들의 복리를 빠짐없이 잘 보살피라는 뜻이다. 지방자치시대에는 지자체가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민주적이고 성과주의적으로 경영되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지자체들의 업무행태가 아직도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비성과주의적이라는 것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시민들을 위한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그저 예산을 따가가 시설물을 세우거나 행사를 여는데 몰두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그 시설물의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성 문제는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행사를 치루는데도 그 결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이 시민들에게 발생할지는 소홀히 다루어지기 일쑤다. 이래 가지고는 지자체의 행정이 지역을 살리기보다 오히려 해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 제천 행정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많은 예산 사업들이 시민들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데 실패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적 실패는 창의적인 성과주의 행정의 구현으로 극복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지방자치시대에는 지자체가 수익이라는 성과를 올리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성과주의는 성과의 중요성에 대한 공무원들의 충분한 이해와 함께 성과를 올리기 위한 직장 분위기를 조성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진정한 성과는 민주적인 직장 분위기에서 나온다. 민주적 리더십하에서만 직원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는 어느 권위주의적인 리더 한사람에게서 나올 수 없다. 자유로움이 보장된 민주적인 업무 분위기 속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에게서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 있다. 리더가 독재하는 후진국형 직장 분위기 속에서는 일사분란함은 있을지 모르지만, 분출하는 아이디어와 자기주도형 성과행정은 없다. 지자체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민주적 리더십은 시민 중심의 행정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시청 조직이 권위주의적으로 운영되면 그 구성원들도 권위주의적이 된다. 이러한 직장 풍토는 그대로 시민에게 불친절로 나타난다. 권위주의적이고 불친절한 공무원이 시민을 위해 고뇌하며 몸바쳐 일할리 없다. 일반 직원들이 공부하고 고뇌하며 자기 일을 주도적으로 꾸려나갈 때 시민을 위한 성과주의가 구현되며, 직장에서 직원들의 행복도 증가한다. 인간은 자기완성을 위해 살 때 행복하다. 직장인의 자기완성은 자기주도의 업무성과에서 나온다. 이런 직장에서는 이직률도 낮게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리더십과 창의적 성과주의의 정착이 필요하다. 우리 제천 시정에도 내가 추진하고 있는 민주적 리더십과 성과주의가 창달하여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인구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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