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청주 봉덕초 교감

박을석 청주 봉덕초 교감

[동양일보] 교육이 정말 백년지대계인가. 전통의 관념이 무너진 지 오래다.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같은 정권 시기에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어렵사리 출범했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다.

지난달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의 존치와 수업 공개 의무화다. 자사고 등의 존치는 이전 정부가 결정한 2025년 폐지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수업 공개 의무화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사안이다.

자사고 등 특수목적고는 이른바 고교서열화, 입시 경쟁, 교육과정 왜곡, 교육 불평등 등 각종 사유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일반고 전환을 결정하고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시행되기도 전에 다시 개정한다. 문제가 크든 말든 고교체제는 이대로 쭉 가겠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보수성으로 보나 장관의 이전 경력으로 보나 고등학교 관련한 정책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비판하는 쪽에서는, ‘고교서열화 정책’)으로 회귀할 것을 예상했던 터이다. 그래서 그런지 교원단체나 교원노조 쪽 반발이 그리 드센 것은 아니다. 물론 전교조 등 진보 쪽에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보수적인 교총은 공식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았다.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이 작지 않음에도 웬일인지 교원단체, 교원노조의 반응이 미적지근한 것 같다. 반면 수업 공개 의무화는 분명하게, 한목소리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수업 공개 의무화가 초중고 모든 교사에게 해당되는 정책이자 새로운 정책이기 때문에 더 높은 관심과 입장 천명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교육부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학교장이 학교별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명분은 수업 공개와 동료 교사 간 수업 나눔의 활성화다.

수업 공개든 수업 나눔이든 학교에서는 이미 다 실행하고 있는 것들인데, 왜 굳이 법으로 규정하여 의무화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학교 자율권을 뺏고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인가. 학부모 수업 공개도 그렇고 동 학년 수업 나눔도 그렇고 모두 다 학교에서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인데 뜬금없이 무엇을 하고자 함인가.

게다가 현재도 수업 공개는 교원 평가와 성과급 등급 산정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 행정적으로는 강제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미 하고 있고 어느 정도는 제도적 강제력이 작동되고 있는데 굳이 법으로 규정하려는 것은 왜인가. 교육감에게 보고하는 업무를 추가하기 위해서?

교육부는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에 법으로 규정한다고 주장하지만, 수업 공개 의무화를 통해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년에 한두 번 학부모가 바라본다고 해서 교실 수업이 개선될까? 동 학년이나 동 교과 교사라고 한들 한두 번 바라보고 옆 교실 수업을 개선할 수 있을까?

참으로 교실 수업을 향상하고자 한다면 우선은 수업을 잘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 것이요, 다음으로 교사들이 수업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 단편적으로 외부에 보여주는 수업이 아니라 평소에 수업을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수업을 잘하라 하면서, 각종 행정업무를 과도하게 부여하거나 수업 질서를 방해하는 학생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이는 무리한 요구가 될 것이 뻔하다. 더 나은 수업을 하라고 하면서, 연수나 자기 계발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내보여 주는 수업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이다. 그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잘 알아야 하고, 아이들과 더불어 호흡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변화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며, 매시간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는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해 적절하고 충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수업 공개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교육감에게 보고한다고 해서 뚝딱 교실 수업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수업 공개를 법으로 의무화하기에 앞서 교사를 위한 더 나은 여건과 환경 조성, 지원 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