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김윤식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동양일보]"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 겨울바람 때문에~~"

지난 토요일,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매서운 칼바람과 얼룩덜룩 다양한 색채로 물든 대지를 순식간에 새하얗게 만들어버린 백설의 풍경은 필자에게 즐거움과 더불어 걱정을 안겨주었다. 벌써 추운겨울이라고? 지난 1주일전 산행을 하며 반바지 차림의 젊은 청년들을 마주했던 터라 엊그제의 찬바람과 새하얀 눈은 어색하기만 하다.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서 변화되는 진료실의 풍경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보약을 찾는 환자, 보호자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발표되는 올 겨울의 추운 날씨의 엄포(?)에 어떻게 하면 추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을까 문의를 많이 하게 된다.

어떤 환자는 현재 먹고 있는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의 효능을 묻기고 하고, 질병의 상태, 체질의 상태 등을 확인하지 않고 쇼핑채널을 통해 손쉽게 구입한 이후 바로 복용하고 있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보게된다.

5천년 전에 기록된 한의학의 최고 경전인 황제내경영추(黃帝內經靈樞) 제2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 ”성인불치이병치미병, 불치이란치미란(聖人不治已病治未病,不治已亂治未亂)“이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즉 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며, 몸에 이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능력있는 의사의 덕목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 질병의 예방은 치료이상으로 중요하다.

한의학은 예로부터 예방의학과 보양의학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선천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기운을 선천지기(先天之氣) 혹은 선천지정(先天之精)이라 표현하며 생명의 근원이 되는 기운이라 여겼다. 선천지기는 생식기능, 성장, 발육, 노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물질이라 보고 특히 신(腎)에서 만들어지고 저장한다고 보았다. 후천지기(後天之氣)는 태어난 후에 호흡에서 받는 기와 음식물에서 받는 기가 합쳐져 사람의 중심에 축적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보약의 출발이 바로 기혈음양(氣血陰陽)의 부조화로부터 시작되었다.

한마디로 보약은 인체의 모든 장기와 기관·조직 등의 기능 저하와, 항진 또는 영양물질의 결핍된 상태를 정상으로 이끌어주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음식이나 약물을 말한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한의약의 명처방인 보혈약(補血藥)인 사물탕(四物湯)과 보기약(補氣藥)인 사군자탕(四君子湯)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독자들의 오해가 가장 많은 쌍화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방송광고 영상을 통해 뇌리에 박힌 사실이 하나 있다.

‘두통 치통 생리통엔 o보린’ ‘감기엔 oo 쌍화탕’이라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쌍화탕은 감기약일까?

동의보감에 보면 쌍화탕은 사물탕과 황기건중탕을 조합한 처방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사물탕은 혈허증(血虛症)과 혈병(血病)에 두루 사용하는 약으로서, 월경불순 ·불임증 ·갱년기장애 ·임신중독 ·산후증 등 여성에게 많이 사용한다.

황기건중탕(黃芪建中湯)은 과로(허로, 虛勞)나 기허(氣虛)로 인해 아이가 식은땀을 자주 흘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코피를 자주 흘리고 식욕부진 혹 배앓이를 하거나 성인이 자면서 정액을 흘리고 팔과 다리에 번열(煩熱)이 있으면서 입이 마르는 것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쌍화탕은 즐기기를 많이 해서 정기가 상하거나 생각과 스트레스가 많아 정신력이 흐려진 사람, 화를 자주 내서 간이 손상된 사람, 과로로 인해 진기가 손상된 사람들에게 사용하라는 해설까지 덧붙여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쌍화(雙和)는 둘 쌍, 조화로울 화의 합성어로 기와 혈을 보충하여 조화롭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즉, 음기와 양기를 잘 조화롭게 해준다는 약물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 사용 가능한 보약이며 자양강장제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쌍화탕은 감기약이 아니다.

감기가 막 시작하려고 했을 때 쌍화탕을 복용했더니 나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시중에 판매되는 쌍화탕은 본방 쌍화탕에 여러 가지 변화를 주고 감기에 좋은 갈근(갈근)이나 다른 약제가 포함된 것이다.

이제 쌍화탕에 대한 오해를 풀기바란다. 그리고 쌍화탕을 잘 활용하여 이번 겨울을 건강하고 멋지게 지내보도록 하자.

"독자님들 화이팅, 쌍화탕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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