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예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주무관

서지예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주무관.

[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올해 여름 화훼 단지를 방문했다가 작은 선인장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종이컵에 폭 담기는 귀여운 선인장이었다. 코알라 모양을 한 토분이었는데 ‘저 위에 나의 동그란 선인장을 올리면 내 선인장이 코알라의 귀여운 모자처럼 보이겠구나’하고 홀린 듯이 그 화분을 샀다.

그날 이후 나의 선인장은 지예의 코알라 선인장의 준말인 지코선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름을 짓고 나의 사무실 책상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며 매일 바라보고 있다.

최근 트렌드에 대해 정리한 기사를 보다가 내가 식물을 바라보는 일이 2030세대에서 유행하는 ‘식멍’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식멍’은 불을 보고 멍 때린다는 뜻의 불멍처럼 기르고 있는 식물의 모습을 보고 아무런 생각 없이 휴식을 즐긴다는 신조어라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식물 키우기가 인기 취미로 급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식물 키우기에 관한 관심이 늘어남과 동시에 반려동물처럼 ‘반려 식물’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반려식물이라는 단어에는 식물을 단순히 보고 좋아하는 일에서 나아가 일상에서 곁에 두고 키우고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식집사’라는 단어도 등장했는데, 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로 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을 집사로 부르는 데서 따온 이름이다. 반려 식물을 가족같이 돌보며 애정을 쏟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2021년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한 반려식물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1.7%가 반려식물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으며 의미를 알고 있다고 대답해 실제로 많은 사람이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를 일상에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응답자들은 실내식물과 반려식물의 차이를 애착 형성의 여부(43.1%), 사람과의 교감 여부(25.3%), 관리 빈도(11.8%)순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과 달리 식집사, 반려식물처럼 신조어를 만들며 식물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식물을 정서적으로 가까이 두고 교감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나는 이전까지 만나는 식물마다 죽이는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그러다 보니 화분을 선물 받을 때면 이번에도 죽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곤 했다.

그런데 이번 선인장은 이름을 붙이고 ‘식멍’의 대상으로 삼는 ‘반려식물’로 인식한 덕분인지 며칠 전에는 ‘식집사’로서 선인장과 함께 한 지 100일이 됐다. 100일을 기념하며 그동안 나를 떠나간 식물들을 생각해보니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식물을 키우는 능력이 아니라 식물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사랑의 형태와 모양이 다양하다면 반려식물을 향한 나의 사랑의 모습은 동그라미가 아닐까 싶다. 반려식물을 바라볼 때마다 몽글몽글해지는 나의 마음이 반려식물에게 전해져 선인장의 동그란 모양이 나날이 커지는 걸 보면 말이다.

반려(伴侶)란 글자는 두 한자 모두 짝이라는 뜻을 가지며 인생을 함께하는 자신의 반쪽 짝을 지칭하는 단어다. 삶에 지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 아무런 말 없이 나를 토닥여줄 짝이 필요하다면 당신도 식집사가 되어 조용히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줄 반려식물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