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유원대 교수

백기영 유원대 교수
백기영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대학이 직면한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학령인구의 격감 속에서 대학통합, 외국인 학생 유치, 지방대학의 붕괴 등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인구 사회적 변화는 대학에 새로운 정의를 요구한다. 교육의 세계화와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감소라는 정치 사회적 환경의 변화도 있다. 교육비용의 증가와 한정된 교육 재원으로 인한 대학 재정구조의 한계가 있다. 교수, 학생, 지역사회는 대학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민사회의 이상적이고 전통적인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요구하는 취직에 필요한 교육과정으로 변질하고, 대학의 책무에 대한 경제적, 행정적, 심지어 정치적 측면의 개입도 강화되고 있다.

반면 대학조직은 빠르게 확장되는 현실을 수용할 만큼 유연하지 못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다. 대학과 사회의 동반자적 관계는 사라지고 있으며, 대학 간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경쟁자들의 도전과 교육수요자들의 불신에 대한 대학의 변화와 도전은 선택적이 아닌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대학은 도시의 3대 기능인 지식의 축적 전파와 교류, 창조가 이루어졌다. 대학은 학생들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 이제까지의 문화유산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하고 갱신시켜나갔다. 13세기 이후 지식의 유산을 확대하고 전달하는 기능을 교회로부터 대학이 점차 기능을 인계받았다. 대학은 천 년 동안 지식과 가치의 생산자이면서 전달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해 왔다.

사실 대학은 대학시설의 입지와 운영, 구성원의 교육, 연구, 사회봉사 등의 활동들은 지역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학은 규모가 크고 소속된 구성원도 많으며 다양한 사회적 기능으로 인하여 지역사회에 사회문화적인 영향과 경제적인 영향이 막대하다. 대학은 지역사회의 지명도를 높이고 인적자원과 각종 지식 및 정보를 제공하여 지역발전의 안정적 임무를 수행하는 등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거점의 기능도 크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에서 모여든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유명 교수들로부터 토론 주제를 받고 온라인상에서 세미나 형식의 토론을 해 나간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중심의 캠퍼스 없는 혁신 대학 모형은 과거의 교육방식을 타파하고 명확한 답이 없는 불확실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풀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이제 대학의 전통적 역할로 여겨지던 20세기적인 교육, 연구, 사회봉사는 이제 해체되고 있다. 교육은 수요자를 위한 학습으로 그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하고, 대학 연구는 변화된 사회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더 광범위한 사회봉사가 대학의 의무사항이 되어 버렸다. 변화된 교육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과 책임도 갱신되어야 한다. 대학의 교육예산도 새롭게 정의되고 있으며, 정보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 대학들도 대학해체, 인수합병, 경쟁자의 출현 및 새로운 학습조직의 출현을 경험하고 있으며, 재정적, 사회적, 기술적 요인과 시장의 힘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제 대학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장래의 경제체제에서는 대학이 결정적인 역할을 차지할 것이며 교육은 삶의 본질적인 과업이 될 것이고 대학은 새로운 도시 및 문화의 격자망에 있어서 중심핵이 될 것이다. 대학을 중심으로 교육․문화도시로서 주변 여건과 도시미래상을 맞추고 대학의 운영과 도시의 관리가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진전되고 있다.

대학의 공공목적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화적 유산을 후손에게 전달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다. 미래사회의 학습자들은 자신들의 교육 경험과 직장과 인생을 융합시키면서 평생 학습 기회를 얻게 되기를 요구한다. 그들은 네트워크 조직을 통한 현장학습과 맞춤형 학습을 요구하며, 시간의 제약 없는 지식의 융합을 요구한다.

대학은 재정적인 요인, 변화하는 사회의 수요, 새롭게 출현하는 기술, 지식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 새로운 경쟁자들 속에서 새로운 대학의 역할과 위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대학이 대학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대 변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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