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선 충북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허윤선 충북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동양일보]

“아직도 유모차라고 부르세요?”

최근 젊은 세대에서는 자녀 유무를 불문하고 ‘유모차’라는 표현에 대해 이슈다. 한 유튜브 예능에 출연한 영화배우가 ‘유모차’라고 언급한 부분이 자막에서는 ‘유아차로 표기됐기 때문이다. 둘 다 표준어로 등재되어 있어 사용가능한 단어지만 단순히 언어적 표현을 넘어 페미니즘 사상에 대한 논쟁까지 이어질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성평등은 누구나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성별에 근거해 차별 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많은 분야에 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람들의 제반 기회와 삶의 가능성이 평등해지는 것을 말한다. 어찌 보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보편적이고 당연한 권리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불리는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에도 ’유모차‘논쟁과 같은 이슈는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간한 ‘농식품 시스템에서 여성의 지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들은 농업인, 임금 노동자, 사업자 등의 농식품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으나, 성별 불평등 때문에 대부분 남성보다 열악한 근로 조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임금 수준을 살펴보면 남성들이 1달러를 받을 때 여성은 82센트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농업·농촌 현실은 어떨까?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더불어 농업·농촌사회에서도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도 농촌에서의 여성들의 지위와 권한은 제한적이다. 저출생과 고령화, 인구 유출 등으로 농업인력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여성농업인의 감소율이 더 큰 편이다. 여성들이 농업·농촌에서 주요 노동력이자 지역사회의 돌봄·관리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성별 격차를 줄이려면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권한이 단단하게 보장된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여성농업인의 권익 보호와 지위 향상, 전문 인력화와 복지 증진을 위해 여성농어업인육성법,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 등과 같은 여성농업인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해 왔다. 이번 5차 기본계획에는 ‘성평등을 통한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삶터, 일터, 쉼터’라는 비전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과 과제들이 추진 중이다. 충북 또한 시·군별 여성농업인 육성 조례를 제정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여성농업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정책과 촘촘한 제도가 만들어지려면 지역 여성농업인들이 정책 형성과 추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고령의 여성농업인, 귀농·귀촌한 젊은 여성, 이주 여성 등 다양한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와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의 수혜 범위 또한 더욱 넓어져야 할 것이다.

성별 고정관념은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렵다. 그러나 기존의 농촌사회 구조의 틀을 벗어나 가족, 마을, 생산자 단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별 지위와 권한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가 참여하고 협력할 때,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남·여 모두가 행복한 농촌, 바로 그곳이 우리 농업·농촌의 희망이고 미래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