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대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대

[동양일보]오늘날 여야 간 모든 정쟁은 세대나 계층 지역 간의 대결이 본질이 아니고, 586 운동권 세력과 검사세력이 주연이 된 주류 경쟁이다. 586운동권과 검사가 아닌 나머지 정치인들은 단역이나 조연에 불과하다. 두 세력이 다 싫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정치는 이 양데세력에 갇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청주에서 검사 출신들이 중원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상당구에는 윤갑근 전 대구 고검장, 서원구에서는 김진모 전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이 일찌감치 출마 채비를 마쳤는데, 돌연 한동훈 현 법무장관이 청주와의 연고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주에 한 장관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의 문답 과정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청주에 산 경험을 소개하며 자신의 말에 충청도 사투리가 섞여 있다고 발언한 것이 그 도화선이었다. 더불어 한 장관의 부친이 대기업 청주 지사의 대표자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발언이 나오고 일본 언론과 사회관계망에 한 장관이 청주 흥덕구에 출마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청주 4개 선거구 중 검사 출신이 3개 선거구에서 나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게다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내년 총선에서 중진의 퇴진이나 험지 출마를 주장하는 걸 보면 검사 출신 신인에 대한 공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정 직업이 이렇게 일시에 정치에 진출하는 사태는 5공화국이 출범하던 1980년과 유사하다. 그 해 8월에 최규하 대통령이 하야하자 곧바로 전두환은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이듬해 4월의 제11대 국회는 군사 쿠테타 세력이 대거 국회에 진입하게 되는 데, 이 당시 8차 개정헌법은 대통령 단임제와 간접선거, 대통령에 의한 국회 해산권을 정해놓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우리는 대통령이 탄핵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통령은 탄핵시키면서 왜 국회는 해산하면 안 되느냐” 다시 국회해산권 부활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최근 “만약 법무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대해 위헌정당심판을 청구하면 어떨 거 같으냐”며 정당 해산권을 언급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이나 저에 대한 탄핵보다 과연 민주당에 대한 위헌정당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더 낮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5공화국을 연상시키는 발언들이다. 여기에다 내년 총선에서 검사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군인에서 검사로 재구성된 5공의 부활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개봉된 영화 <서울의 봄>에서 김재규를 수사하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권력을 찬탈하는 결정적 장면을 보면서 검찰총장 윤석열을 연상하는 사람도 제법 있다. 물론 합법적으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윤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수사권을 앞세워 권력에 대한 반격으로 집권한 스토리는 1979년의 합수본부장과 2021년의 검찰총장에 자연스럽게 오버랩이 된다. 청주가 검찰 공화국의 선거운동본부가 되면 자연스럽게 586 운동권 출신이나 반검찰 세력들이 이에 정면으로 충돌하려 할 것이다. 40여년 전에 우리는 바로 그런 충돌을 겪었는데, 그게 바로 “서울의 봄”이다. 그 봄에 청주는 군부 편도 안고 운동권도 아닌 회색지대에 있었다. 그 서울의 봄이 하방하여 내년 벚꽃이 필 무력에 “청주의 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번에 청주 시민들은 검찰공화국의 구축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촛불 혁명의 정신을 되살리는 부활의 공간이 될 것인가. 참으로 이 지역의 정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의 시작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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