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가 거듭되면서 국민 불편과 함께 디지털 정부 선도국가를 자처했던 정부도 체면을 구겼다.

지난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시도 새올행정시스템’과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24’ 마비로 민원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사흘만인 19일 서비스가 겨우 복구됐는데, 또다시 사흘만인 22일 주민등록시스템이 일시 장애를 겪었다.

이튿날인 23일은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가 불통이 됐다.

이어 24일은 정부 전자증명서 발급이 일시 중단됐고, 정부 모바일신분증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 사이에 네 번이나 장애가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사고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의 포트 불량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행정망 서버를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대전 본원과 광주 분원을 연결하는 장비인 라우터에 케이블을 꽂는 포트 3개가 손상된 게 서비스 장애의 원인이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애초 전산망 먹통의 원인으로 네트워크 장비인 ‘L4 스위치’를 지목한 바 있다. 그러나 L4 스위치를 교체했는데도 데이터 전송 지연 현상이 나타나 라우터를 분석해보니 포트의 물리적 손상을 발견했고, 다른 포트로 옮겨 선을 꽂았더니 네트워크가 정상 가동됐다는 것이다.

결국 행정전산망 부품 관리 부실이 초유의 장시간 먹통 사태를 일으켰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의문을 말끔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우선 라우터 포트 불량을 찾는데 일주일이라는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평소 장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소 꼼꼼히 살폈는데도 부품이 손상됐다면 왜·언제·어떻게 망가졌는지, 이전에 비슷한 불량 사례가 있었는지 설명을 내놓지도 못했다.

정부는 앞으로 근본적인 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사고 원인과 관련해 더 납득할 수 있는 설명부터 내놔야 할 것이다.

정부는 발 빠른 수습과 함께 발주부터 관리·운영까지 국가 전산망을 다시 돌아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전산망 운영 체계의 효율화에 적극 나서 ‘디지털 코리아’의 국격이 더는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할 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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