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동양일보]오늘날 과학과 통신의 발달은 우리 사회를 매스 커뮤니케이션 사회로 만들었다. 매스 커뮤니케이션이란 대중 전달 과정 또는 사회 현상을 뜻하는 개념이며 불특정 다수인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적인 기술 수단은 매스 미디어라고 한다.

매스 미디어는 산업화, 도시화, 근대화로 인한 사회 환경의 확대와 정보량의 증가, 신속한 정보 입수를 통해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하고자 하는 사회적 필요에 따라 발전해 왔다. 그래서 활자를 매개로 하는 인쇄 미디어 시대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혁명으로 인한 전파 미디어 시대로 발전해 왔으며, 오늘날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 개발과 그 융합으로 새로운 매스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사기업으로 운영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매스 미디어는 이윤 추구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상업적으로 흐르기 쉬우며, 공산주의 사회나 독재정권에서는 전적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으며 운영되므로 정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바람직한 사회,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영방송이 출현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우리의 공영방송이 공정하고도 바람직한 공영방송의 역할을 잘 해왔는지에 대한 비판을 많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출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공영방송으로 거듭 나기 위해 새 출발을 다짐하는 공영방송에 대하여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기대와 역할이 무엇일까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선 바른 우리말 쓰기를 선도하는 일이다. 우리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글자로서 정보화 시대에 가장 적합한 글자이므로 우리 민족의 자랑일 뿐 아니라 세계 온 나라가 아끼고 보존해야 할 미래의 세계 문자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러한 훌륭한 글자를 사용하며 다듬어 온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도록 선도하는 일은 학교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이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언어 생활 실태로 보아서 우리말은 점차 체계를 잃고 혼탁해지고 말 것이 분명하다.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을 지양하고 고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일은 정말로 시급한 일이다. 그리고 요즈음 방송에서 들리는 말 중에서 ‘∼거라’라는 어미를 아무 동사에나 사용하는 점, ‘했었어서, 나빴었어서’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점,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있는데도 이를 ‘일도 없다’는 말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에 우리말에서 사용한 예가 없고 그 의미가 분명히 다른 말인데도 자주 사용하고 있는 등 불확실한 말들이 엄청나게 많이 쓰이고 있다. 이를 공영방송에서는 아무 여과없이 사용하지 말고 진위를 정확히 가려서 잘못이 있다면 바로 잡아가는 일을 해야 할 것이며, 자막에 오자 탈자가 많아서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근래에 부쩍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쉽게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공영방송은 사실을 여과없이 보도하기보다는 국민을 바른길로 선도하는 교육적 기능과 우리 사회를 바르고 명랑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미래 지향적 역할을 담당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는 경제 활동와 정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이기에 기업가들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정치가들은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으므로 공영방송에서는 가급적 이에 일일이 휘말리지 말고, 우리 사회의 나쁜 모습보다는 미담을 발굴 보도하는 등 오직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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