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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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구골(狗骨)나무의 구(狗)는 개, 골(骨)은 뼈의 의미로 개뼈다귀를 닮은 나무라는 뜻이다. 잎 가장자리 가시가 호랑이 발톱을 닮은 호랑가시나무와 비슷해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사용된다. 남부종이지만 호랑가시나무보다 추위에 강한 사철 관목으로 학명의 ‘강한 꽃향기’의 뜻처럼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구골나무는 개뼈다귀로 푸대접받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2월 세쓰분 때 귀신을 쫓아내는 전통행사로 구골나무가지에 정어리 머리를 꽂아 대문 앞에 장식하면 도깨비가 들어오지 못한다 하여 신성시하는 나무이다. 구골나무는 개뼈다귀 이름처럼 허리나 무릎관절을 튼튼히 해주는 작용이 있다.

나와 구골나무의 인연은 작년 회사연수원 정면에 크리스마스 장식용 호랑가시나무?를 식재하면서 시작되었다. 조경업자는 인천 바닷바람과 추위에도 장고한 세월을 버틴 호랑가시나무라면서 식재했다. 대단한 호랑가시나무라 믿고 있었던 작년 12월 초, 갑자기 흰꽃이 피어 의심스런 마음에 검색한 결과 구골나무였다. 구골나무는 수장 3m, 다간으로 줄기에 거무틱틱한 이끼가 낀 50년 이상 된 고목이었다. 조경업체에 속은 것이 분해 베어 버리려 했지만 겨울에도 새파란 잎이 아까와 그냥 두었다. 봄이 되면서도 잎도 싱싱치 않고 볼품없어 옮기려 했는데 5월이 되자 갑자기 잎이 싱싱해지고 몇 번 비에 전체가 파릇해지면서 이제는 건물의 랜드마크 나무가 되었다. 구골나무라 괄세해 베버렸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이제 구골나무는 호랑가시나무의 짝퉁나무가 아니다. 청주지역에서 동해로 심을 수 없는 호랑가시나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마운 나무이자 가장 늦게 겨울에 꽃피우는 대기만성 나무로 은은한 향기 또한 천리를 가는 나무이다. 구골나무는 나에게는 글로벌 기업인 구글(Goole)같이 느껴지는 대단한 나무이자 우리 집안과 회사의 액운을 막아주는 부적같은 나무이다.



호랑가시나무라 믿었다 실망했던 지난 겨울이 생각났다. 작년 11월 말 첫 서리가 내릴 무렵 꽃망울이 부풀더니 첫 얼음이 얼던 날, 새하얀 우유방울 같은 꽃망울을 매달다가 눈보라가 치던 날 꽃이 활짝피어 맑은 향을 퍼뜨렸다. 정말 감동이었다. 아내에게 전화해 짝퉁 호랑가시나무가 정말 대박이네! 12월 초에도 꽃을 피우다니! 소리쳤다. 지금 생각하니 호랑가시나무가 아닌게 다행이고 선물이고 축복이였다. 작년 구골나무와 같은 날 심은 배롱나무는 혹독한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올 6월까지 결국 잎을 내지 못했다. 꽃 없는 7~8월에 꽃을 피워 심었던 배롱나무지만 동해로 몇 번 실패하고서는 더 이상 심고 싶지 않는 나무가 되었다. 크리마스트리로 뭇사람의 사랑받는 호랑가시나무가 아니여서 얄궂은 개뼈다귀나무로 불리우지만 은은한 향이 목서향을 능가한다.

은근과 끈기를 상징하는 우리의 꽃! 무궁화나무가 있다. 근대 백 년동안 미국, 중국, 일본에 치여 개뼈다귀 취급을 당했지만 은근과 끈기로 굿세게 버텨 세계에 우뚝 선 우리 대한민국은 구골나무를 닮은 것 같다. 하찮은 개뼈다귀로 여겨 구박받고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노여워하지 말아라! 개뼈다귀나무로 불리지만 집안의 액운을 막아주는 지킴이로서 가장 늦게 겨울에도 꽃과 향기를 피우고 항상 푸르름을 선사하는 구골나무의 의연함을 배우라! 며칠 전 한파에 구골나무는 멋지게 꽃을 피워 그윽한 향기를 퍼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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