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강동대 교수

이동희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이 세상을 내 맘에 드는 사람과 모여 산다면 어떨까? 세상은 돌고 돌며, 지구가 둥글듯이 세상살이도 둥글둥글하게 살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미운사람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또 다른 새로운 미운 대상이 생긴다. 호랑이 없는 골에는 토끼가 왕노릇 한다고 세상의 궤도는 변한다. 이러한 세상의 지혜를 터득하고 산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 것이다. 커다란 바구니에 열개의 사과가 있고, 한개씩 골라간다면 첫번째 사람은 제일 큰 사과를 고르고 두번째 사람은 남은 9개의 사과 중 제일 큰 사과를 고른다. 세번째 사람도 여덟개의 사과중 제일 큰 사과를 고르며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다. 차기 순번 사람은 현 바구니 내의 사과가 제일 큰것으로 판단한다. 이는 이전 바구니의 상황을 모르고 참여하는 참여자는 새로운 게임으로 판단하며 참여한다. 인간의 세상사도 이와 비슷하며 세상살이도 살다보면 새로운 사람과 만나 부딪히고 어우러지며 살아간다. 살다보면 미워하는 사람과도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하니 힘들다. 이러한 미운 천적 관계인 사람과 어떻게 살아야 하나? 천적 관계를 없애고 새롭게 맞이한 인간관계는 또 새로운 천적관계가 형성된다. 세상을 살아가며 정말로 미운 천적관계를 없애고 싶지만 천적과도 함께 살아야 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내공과 지혜가 삶에 필요하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언어도 변하며 언어는 생명력이 있어 태어나고 성장하며 변화하는 생을 살아간다. 근자에 차도살인(借刀殺人)이라는 사자성어를 접하였다. 이는 좋은 의미는 아니나 세상을 살아가며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오늘은 차도살인에 대하여 논해 보고자 한다.

차도살인(借刀殺人)이란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삼십육계(三十六計) 중 제3계 해당한다. 차도살인은 적과 싸울 때 싸움과 관계없는 제삼자를 이간질해 자신의 적을 공격하게끔 유도하여,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적을 제거하는 것이다. 병법(兵法) 삼십육계의 세 번째 계책으로, 1계는 만천과해(瞞天過海)로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고, 2계는 위도구조(圍魏救趙)로 위 나라를 포위하여 조 나라를 구하는 것이며, 3계는 차도살인이다. 차도살인의 출처는 삼십육계 승전계로 중국의 병법서로 여러 고사와 주역의 문구를 인용하여 36개의 계책을 설명한다. 그 중 차도살인은 3번째 계책으로 주역 손괘의 원리로 적의 상황은 이미 명백해졌고 적에 대한 우군의 태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때 사용한다. 여기서 우군은 적을 제외한 제삼자 가운데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고 힘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우군이 적을 공격하도록 유도하여 적을 소멸시키며, 자신의 힘을 전혀 쓰지 않는다. 우군이 적을 공격하며 입은 손실이 자신의 이익이 되며, 유사어로 변장자호(卞莊子虎) 방휼지쟁(蚌鷸之爭) 아가사창(我歌査唱) 어부지리(漁父之利)가 있다.

차도살인은 서로 훼방을 놓아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반간계와 비슷하다. 이는 이간질과 연관이 있고,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말과도 관련성이 있다. 동맹자나 제삼자가 적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전술로, 적을 처단하며 아군의 피해는 입지 않는 것이 목표이다.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해친다는 뜻으로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다. 세력과의 다툼에서 남의 손을 빌려 적군을 제거하는 것으로 상대 진영의 경쟁심을 자극해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예로, 서양 ‘파리스의 사과’ 동양 ‘안영의 복숭아'가 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대처 켈트너 교수의 쿠키 몬스터 실험에서, 완장을 찬 역할의 권력중독현상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인생을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일도 있고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있다. 어떤 인연으로 함께 사는가는 중요한 요소이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다보면 좋은 사람보다 미운사람이 많은 듯 하다. 하지만 실상은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데, 못된 10% 안팎의 나쁜 사람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다 보니 세상이 험악하고 바쁜 듯하게 느끼는 것이다. 험난한 인생사도 차도살인을 응용하여 해결하고 싶지만,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인생이라 힘들지 않은가 싶다. 따라서, 힘든 인생과 연말의 여정에 좋은 사람과 차 한잔 혹은 치맥 한잔 하며 희망차게 새로운 2024년을 맞이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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