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범충북도 첨단바이오과 주무관

홍석범 충북도 첨단바이오과 주무관
홍석범 충북도 첨단바이오과 주무관

[동양일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 최종 평가 발표가 나왔다. 결과는 아쉽다.

8월 공모을 알리는 공문이 오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벌써 11월이라니

작년까지 청주시 용암1동 행정민원팀장을 하다 올해부터는 충북도 첨단바이오과 천연물산업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도청에 왜 왔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 그 대답이 이 글을 쓴 이유다. 화장품을 좀 더 알고 싶었다. 2020년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 파견근무를 하면서 화장품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나에게 화장품은 가성비 좋은 건강 제품이다. 비타민C가 함유된 화장품은 얼굴에 바르면 항산화 작용으로 피부 보호와 미백작용을 하고, 먹으면 같은 원리로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 이런 경험을 하고 싶어 다시 도청으로 왔지만 우여곡절 끝에 천연물산업팀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천연물산업팀도 화장품 업무가 있긴 했다. 일라이트를 활용해서 화장품 대기업과 소재 활용 가능성을 추진해 보는 업무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천연물 업무도 나쁘지 않았다. 범위도 넓고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천연물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식물, 동물, 광물, 미생물과 이들의 대사산물을 총칭한다. 약용작물이 대표적이다. 대사산물은 식물의 경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물질이라고 보면 된다. 피톤치드는 그 대사물질 중 하나다.

천연물 산업은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산업이다.

또한 천연물은 재배지역, 기후에 민감해서 기업 수요에 맞는 일정한 효능 유지와 대량 재배가 어렵다. 천연물신약 1호 ‘조인스정’은 관절염 치료제로 쓰인다. 주요 소재인 위령선, 괄루근, 하고초는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합성 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어 누적 매출이 5000억원이 넘을 정도다

농림부 공모 사업의 핵심도 이런 기업애로 해소를 위한 천연물 소재의 재배부터 원료 추출까지의 표준화 사업이었다.

충북은 우리지역에 맞는 천연물 소재 발굴과 충북형 천연물 소재 전주기 모델도 제시했다. 발굴한 천연물 소재 중 감초와 병풀이 있다. 감초는 약초 효능 극대화 특성이 있어 세종대왕 때부터 국산화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는 내용이 조선실록에 있다고 한다. 최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국산화에 성공, 대한민국 약전까지 등록했다. 제천에서 재배표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병풀은 더욱 흥미롭다. 호랑이가 상처가 나면 병풀밭에서 몸을 뒹그러서 스스로 치료했다는 스토리가 있을 정도로 세포 재생과 피부 상처에 효과가 있다. 피부 상처에 바르는 마데카솔 연고는 병풀이 주원료이다. 열대성 기후 식물이라 우리나라 재배가 힘들었지만 충북농업기술원에서 우리기후에 맞는 재배법을 연구하고 특허까지 있다. 충북은 생각보다 천연물산업에 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풍부하다.

공모 결과는 다소 아쉬웠지만 평가를 준비하면서 함께했던 분들께 많이 배웠다. 천연물에 대한 지식은 덤이었다. 다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화장품은 못해 봤지만 천연물에 대한 경험은 내 삶에 큰 변곡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화장품 업무만 했다면 이런 경험은 없었을 것 같다. 때론 우연이 인연을 만드는 것 같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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