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화 열린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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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1백 년 안팎 짧은 역사를 가진 근현대 건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을까.

의료 교육 건축 등 청주 근대화의 상징이며 기독교 성지로 여겨지는 청주 탑동 양관(洋館)의 유네스코 등재가 추진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둘째 딸이 양관뜰 일신여고 재학중일 때 오갔던 익숙한 유산이지만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채 방치되고 사장된 느낌이어서 안타깝던 건물과 이곳 역사였다.

지난 4월 한국 기독교 선교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가 출범한데 이어 이달초 양관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충북추진위원회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추진위는 양관과 더불어 연세대 아펜젤러관과 언더우드관, 공주 중학동 구 선교사 가옥 및 공주제일교회, 순천 매산중학교, 목포 양동교회 및 정명여자중 구 선교사 사택, 광주 양림동 선교동산, 대구 개성학교 아담스관 등을 묶어 세계유산으로 등재한다는 계획이다.

1882년 조선을 찾은 민노아(Frederick Scheiblin Miller) 미국 북장로교회 선교사에 의해 1906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포사이드기념관, 로위기념관, 던컨기념관, 밀러기념관, 솔타우기념관, 퍼디기념관 등 청주 탑동의 6동 건물은 1983년 도지방 유형문화재로 보호관리되고 있다.

민노아 선교사는 청주에 묻힐 때까지 33년간 사역하면서 1904년 청주 첫 근대교육기관인 광남학교, 청주 첫 소민병원 등을 열어 청소년 교육과 민족 정신고취, 주민 계몽, 치료 구제 등 근대화에 이바지하고 자신의 몸까지 바친 청주사람들의 고마운 친구다.

탑동 양관은 전통과 서양문화가 결합된 첫 근대 조형일 뿐 아니라 선교사의 인류애가 담긴 귀한 공간인 만큼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치 및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독교 불모지대인 일본의 경우, 지난 2018년 나가사키 구마모토현 등에 흩어진 교회 등 12개 기독교 유산을 묶어 혹독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유지할 수 있었던 종교 문화시설로서의 차별성이 인정돼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1949년부터 1952년까지 건설된 멕시코 국립UNAM대학 캠퍼스 건축물 및 시설도 스페인 정복 이전의 멕시코 전통을 수용해 20세기 현대 모더니즘까지를 통합, 교육 및 삶의 질 향상 등 멕시코 혁명이후 현대화 과정을 증명하는 상징이라며 2007년 유산에 등재됐다.

불과 반세기전 1960년에 지어진 우루과이 한 교회도 20세기 라틴의 현대 건축양식이 두드러지고 사회적 평등성의 가치가 높이 평가돼 ‘공학자 엘라디오 디에스테의 작품: 아틀란티다 교회’란 이름으로 2021년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청주탑동 양관의 등재기준 및 탁월한 보편적 가치, 완전성, 진정성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타당성은 충분히 차고 넘칠 것이다.

충청북도와 청주시, 주민들의 지원 없이 그 높은 등재 문턱을 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만큼 서로 협력해 지역문화의 세계화를 이루는 첫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예수님은 누구신가. 우는 자의 위로와 없는 자의 풍성이며 천한 자의 높음과 잡힌 자의 놓임 되고 우리 기쁨 되시네” 민노아 선교사가 쓴 찬송가 96장을 들춰 코로나 이후 첫 노마스크 성탄절, 양관의 유네스코를 향한 여정이 거침없길 기도하며, 파란 눈의 청주인으로 살다 청주 땅에 묻힌 밀러 선교사의 사랑이 청주로부터 온누리로 퍼지는 따뜻한 연말연시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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