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동양일보]정치(政治)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을 가리킨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政治)라는 말이 ‘개인이나 집단이 이익과 권력을 얻거나 늘이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교섭하고 정략적으로 활동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 사람은 실력이 좋다기보다는 워낙 정치를 잘해서 그런 지위에 오른 것 같다.’라는 말에 쓰인 ‘정치’는 후자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은 어떤 정치를 하고 있을까?

국가의 체제를 구분하는 말에 국체(國體)와 정체(政體)라는 말이 있다. 국체(國體)란 주권(主權)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따라 구분되는 국가의 형태로서 군주국, 공화국 따위로 나뉘며, 정체[政體]

란 통치권이나 주권의 행사나 운용 방법에 따라 구별되는 국가의 통치 형태로서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 공화제 따위로 나눌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명시하여 대한민국의 정치 체제와 국민의 주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인은 분명히 우리나라 국민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개념을 망각하고 우리나라의 주인이 마치 정치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라에 큰 사건이 일어나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주인으로서의 책임감을 통감하고 고개를 숙여야 함에도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는 듯이, 자신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니고,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닌 듯이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악덕주들이 나타나서 방귀 뀐 놈이 성내듯이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 참으로 꼴불견이다.

더욱이 정치가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책임감을 절감하고 잘못을 통감하면서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국민들을 위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의탓 공방만 하고 있으니 이들이야말로 정치가 아닌 정치를 하는 정치가가 아닌가? 정치를 할 생각은 않고 초등학생 수준의 말꼬리 잡고 싸우거나 상대방의 트집을 잡아 물고 뜯는 싸움질에 언론까지 가세하니 국민들은 정치에 염증이 난다.

이러한 바탕에는 정당 제도의 잘못된 운영이 한 몫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우리나라는 자유경제, 시장 경제를 추구하지만 기업인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에 과도한 영리 추구를 위해 기업들이 답합을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기에 엄하게 금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과도하게 담합행위를 하는 것은 왜 금하지 않는가? 민주공화국에선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삼권분립이 지켜지려면 정당 제도를 통한 정치 집단은 대통령을 만들어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아 정부를 운영하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지 입법기관과 사법기관까지 정당의 손이 뻗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것이 아닐까? 입법기관인 국회의 의원은 정당 소속이 아닌, 정당을 위한 정당의 거수기가 아닌, 국민을 위한, 진정한 국민의 대변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은 신라시대에 민주적 제도인 화백제도의 폐단을 절감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왕권정치의 폐단을 줄이기 위하여 신권정치를 내세웠으나 붕당정치의 폐단으로 결국 나라를 잃는 쓰라린 역사를 경험하였다. 따라서 해방 후의 격변기에 서양의 정치제도를 그대로 모방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라도 우리에 맞지 않는 제도는 과감히 고쳐서 우리에 맞는 선진적인 정치 체제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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