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희 충북문화재단 전시운영TF팀장

손명희 충북문화재단 전시운영TF팀장

[동양일보]1980년대 이후 주목할 만한 세계적인 문화현상으로 탈산업화에 따른 과거 역사적 건축물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다른 목적으로 재탄생되거나 다양한 실험적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도시의 상징건물이 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30년 전부터 유휴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활용한 사례가 많아지며 재생 건물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얼마 전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충북도의 충무 시설인 ‘대성동 당산 지하 벙커’가 50년 만에 비밀의 문을 열어 또 다른 재생 공간의 역할을 기다리고 있다. 대성로122번길은 청주에서 유일하게 근대 문화유산이 밀집된 곳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 활용이 가능한 곳이다. 당산 아래 일·양 절충식 가옥으로 가장 예쁜 서양식 뾰족집인 ‘우리예능원’, 옛 도지사관사를 활용한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 ‘충북문화관’, 고려와 조선시대 지방 교육 기관인 ‘청주향교’를 비롯하여 청주 최초의 상수도 시설인 ‘청주 동부배수지’가 당산공원에 자리 잡고 있어 역사적·문화적으로 유리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당산 벙커 개방이 또 하나의 상징성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간 재생에 관한 다양한 국내외 성공사례를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유휴 공간을 통한 공간 재생활용에서 이제는 더 나아가 어떻게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찾는 일이다. 유휴 공간을 재활용한 다양한 규모의 문화예술 공간이 존재하지만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추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으므로 반드시 공론의 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유휴 공간 활용 사례는 크게 다음과 같다. 국가 주도하에 전략적으로 시설물의 용도가 변경된 사례, 또는 예술가들이 자율적으로 공간을 점유(점거 예술 Squart)하면서 자율적 창작촌을 형성한 사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도시재생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정책적, 전략적으로 조성하여 예술가들은 창작활동을 보장받고, 도시의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문화 불균형도 해소한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은 것은 예술가들이 자율적으로 유휴 공간을 점유하면서 자연스레 예술 창작촌을 형성할 만큼 예술 행위에 대해 관대함이나 공간 점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예술을 지지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의 장이 형성되어있다는 것이다. 전략적인 정책이든, 스쾃 예술(검거 예술)이든 대중이 원하는 눈높이의 예술로 진입하며 자연스레 문화 융합이 일어나 도시의 이미지가 변모되길 기대하는 것은 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번 기회에 당산 지하 벙커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재생 프로젝트로 변모를 기다리는 동안 예술가들에게 자유로운 스쾃 예술을 기대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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