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술 권하는 계절 연말이다. 피할 수 없는 술자리라면 건강을 지키는 음주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 필자는 오랫동안 국내 여러 제약사의 숙취해소제 개발에 참여했다. 어느 제품이 숙취해소에 좋은지 단정할 수 없지만 애주가로서 오랜 경험과 음주의학 권위자인 한양대병원 강보승교수의 ‘술한잔의 의학’을 근거로 슬기로운 음주법을 소개한다.

필자의 집안은 막걸리 3말은 들고는 못가도 마시고는 가는 내력이 있다. 유전적으로 ALDH(아세트알데히드분해효소)가 정상이고 MEOS(미소체알콜산화계)도 쎄서 술에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인 30~40%은 술 한잔에도 심장이 뛰고 얼굴이 빨개지는 홍조증후군(아시안플러시)이 나타나는데 선천적으로 알콜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인 ALDH효소 결핍이 원인이다.

알콜이 위와 장에서 흡수돼 혈액을 통해 간에 도달하면 2단계로 대사된다. ADH(알콜분해효소)에 의해 알콜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되는 단계, AL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가 초산을 거쳐 이산화탄소와 물로 대사되는 단계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알콜대사의 분신이자 1급 발암물질로 안면홍조, 심박수증가, 두통, 속쓰림, 구토, 어지러움 등 숙취의 주범이다. 음주 5~8시간 후 ADH에 의해 알콜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되면 혈중 알콜농도는 0으로 낮아지지만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에 의해 숙취증상은 최고에 이르고 24시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즉 주량과 숙취의 정도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ALDH의 활성에 달려 있는데 술이 약한 사람은 ALDH 활성이 낮아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어 숙취가 심해진다. 과음으로 체내 알콜농도가 높아지면 MEOS가 활성화되어 알콜분해를 돕는다.

어떤 술을 마셔야 할까? 술자리와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와인에는 술 자체에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다량 들어있어 알콜과 함께 아세트알데히드 분해까지 ALDH가 더 많이 소모되어 간에 부담이 된다. 보드카 알콜도수는 40%로 높지만 아세트알데히드량은 와인의 1/10 수준으로 맥주보다 낮고 소주는 보드카 보다 높지만 와인보다는 훨씬 낮다. 와인의 알콜도수는 14%로 낮고 술잔이 커서 과음하게 되는데 아세트알데히드 또한 대량 포함되어 숙취가 심해진다. 보드카는 알콜도수가 높아 작은 술잔에 희석해 마시면서 아세트알데히드량이 낮아 간건강에는 최고의 술이다. 술잔에는 마법이 있다. 술 종류에 따라 술잔의 크기가 다르지만 한잔에 들어가는 알콜량은 동일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즉 맥주잔 한잔과 소주잔 한잔의 알콜농도는 동일하다. 폭탄주는 짧은 시간에 여러 종류의 술을 혼합하여 술잔의 마법을 깨뜨려 알콜농도를 배가시키므로 지양해야 한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덜 취하는 비결은 빈속에 음주를 금하고 안주킬러가 되는 것이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콜농도는 평소보다 2배나 높아지고 알콜성 저혈당 위험이 있다. 알콜은 위와 장에서 흡수되고 알콜처리 공장인 간에서 90∼98% 대사되고 나머지는 소변, 땀, 호흡으로 배출된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빨리 흡수되어 빨리 취하고 음식이 차 있으면 덜 흡수되어 덜 취한다. 알콜은 포도당 생성을 저하시켜 혈당을 낮추는데 속이 비면 더 심한 저혈당이 유발되고 의식을 잃으면 뇌손상 위험도 있다. 음주시 고단백 안주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백질량에 있어 생선회는 거의 수분이기에 잘 취하게 되고 구운 육류, 치킨 등은 단백질량이 상당하여 덜 취하게 된다. 음주시 고단백질은 알콜과 경합해 알콜흡수를 방해한다. 단백질은 간이 알콜 해독시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어 간세포 재생을 도우며 위장에 오래 머물면서 알콜흡수를 늦춰준다. 과음시 알콜분해를 위해 대량의 단백질이 소모되는 과정에서 근육이나 인대의 주요 단백질까지 알콜분해에 동원되어 근육과 인대가 약해져 근육통이 유발되고 아세트알데히드의 축적으로 몸살이 일어난다. 따라서 음주 시 고단백 음식은 알콜흡수를 낮추고 간의 알콜해독에 도움이 되므로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