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일주 공주문화원장(전 공주대 대학원장)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말과 행동, 사고와 신념 등 모든 면에서 지역사회 ‘어른’으로 평가받는 인품, 오피니언 리더로 지성인층을 폭 넓게 두루 아우르는 지식 창고, 진보와 보수 모든 진영에서 안티와 편견 없이 정도(正道)를 걷는 평형감각, 항상 웃는 모습으로 모든 이들을 따스하게 맞아주는 스마일 이미지까지...

공주시 지역사회에서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이일주(69·사진) 문화원장의 ‘평판 프로필’이다.

“문화원 일을 맡은지 벌써 2년반이다. 시민 생활문화의 기반 조성과 창작-수요자 연결 컬처라운지 역할에 많은 신경을 썼다. 향토문화 관련 책자를 만들고 유관기관과의 협력 활동, 각종 문화예술행사 추진 등 일도 많았다.”

그간의 바빴던 시간에 대해 짧게 소회를 밝힌 이 원장은 공주대 교수로 재임했던 천생 학자였다.

보건환경복지연구원장, 안보과학대학원장, 대학원장 등의 주요 직책은 물론, 1999〜2004년 국가 유아교육법 제정의 기초를 놓는데 힘을 보탰고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 의장을 맡아 ‘유아교육과 보육 통합’ 정책 입안과 추진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공주의 학교 변천사’(1997), ‘유구천의 역사와 문화’(2010), ‘초기 영명학교사 고찰’(2003), ‘공주의 독립운동가 이철하 선생’(2019), ‘이익보 관찰사의 인품과 업적’(2022) 등 학계에서 인정받는 논문도 다수 발표했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당시 문화원에서 운영한 ‘야학’의 교사로 사랑나눔을 실천한게 이 원장이 문화원과 맺은 첫 인연의 끈이었다.

2003년부터는 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에서 공주의 전통마을과 인물 등의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면서 ‘할 일이 많다’는 생각도 가졌고, 결국 문화원장직까지 맡아 오늘에 이르게 됐다.

이 원장은 “공주문화원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출범하기 10년전에 설립돼 그 역사와 전통에서도 우수하다. 연구하고 모아놓은 향토사 자료로 1966년에 이래 2003년까지 27회에 걸쳐 문화원이 백제문화제를 주관했다는 것도 대단한 성과이자 자랑”이라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그렇게 연구한 향토사 자료로 2022년에만 관련서적 9권을 발간했고, 올해에도 10권을 출판하는 성과를 냈다.

2022년에 낸 ‘공주윷놀이’가 공주문화관광재단에서 올해 1회 전국공주윷놀이대회를 개최하는 향토사·학술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출판물의 중요성과 진가를 알린게 이 원장이 손꼽는 자랑거리다.

미국 LA에 사는 80대 후반의 독지가가 문화원이 선정하는 어려운 이웃에게 매년 수천만원의 큰 도움을 주는 것도 감동이다.

시민과 외지 내방객들을 위해 국비 등 25억원을 따내 20년 이상 된 낡은 문화원 건물을 전면 리모델링한건 ‘100년 업적’으로 남게 됐다.

이 원장은 “돈 쓴만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활동을 더 많이 전개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훨씬 커졌다”며 웃는다.

이 원장에게는 문화도 ‘실용주의’다. 그래서 공주시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관광객들이 어딜 가든 예술작품 한두 개는 감상할 수 있도록, 시내 식당과 카페에 그림·사진 등을 게시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민들 스스로 공주가 세계유산도시, 법정 문화도시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주문화원 개원 7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있다.

이 원장은 “1750〜1751년에 충청관찰사 재임중 선정을 베풀고 떠났던 한 선비를 잊지 못해 1752년에 당시의 주민들이 장깃대나루에 세웠던 거사비(去思碑)가 원인을 모르게 반출됐다”며 “시와 시민 모두의 힘을 합쳐 이 문화재를 꼭 되찾아 오고 싶다”고 밝혔다.

문화원 갤러리에서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문화를 아끼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할 수 있는데서 소박한 행복감을 느낀다는 이 원장. 그에게 문화원은 일상이 호수고 바다이고 숲이며 예술작품이다.

그래서 이원장에게 문화원은 늘 ‘긍지 높은 문화수도 공주’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거울이었으면 좋겠다. 공주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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