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 세명대 교수·시인

이창식 세명대 교수·시인

[동양일보]현지 천제(天祭) 인문학이다. 하늘에 대한 제의인 천제는 고대부터 현재로 이르기까지, 국가 혹은 민간에서 산의 권역을 중심으로 행해졌다. 전근대 사회에서 국가 주도로 지내는 천제는 왕실의 권위 확보, 자주성, 확립, 기우 등을 목적으로 지냈고 민간에서는 각종 풍요다산을 기원하거나 새로운 세상을 열 것, 저항 쟁취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천제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 목적하는 바가 다채롭게 드러났고 제의 진행 절차 역시 천신신앙에 부합하여 전승되고 있다.



금한동천제는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면 금곡리 금한마을에서 동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며 지내는 마을 제사다. 초평 금곡리 악세봉 산허리의 천제단(天祭壇)에서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하늘의 신’께 드리는 마을 행사다. 이를 금한이천제라 부르듯 300여 년 전부터 마을 고유의 의식으로 매년 정월 초에 봉행했던 동제는 주민들이 고령화된 데다 현대화에 밀려 1992년 이후 명맥이 끊겼다가 17년만인 2009년에 복원되었다.



천제란 하늘의 신, 곧 천신(天神)께 드리는 제사다. 천신이란 하늘 자체를 신격화하거나 아니면 하늘이 있다고 믿는 초인적인 인격체를 믿는 데서 생겨난 관념이다. 천신의 유래는 고조선, 부여 및 삼한시대부터 내려온 민족 고유의 토착신앙인데, 삼신(三神)[환인, 환웅, 단군] 숭배사상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진천에서 행해지고 있는 금한동천제는 일반적인 산신제와는 그 격식이 다르고 독자성이 있다.

수년 전까지 마을 북쪽에 있는 악세봉에 천제단을 마련하고 3년마다 음력 정월 대보름 이전에 길일을 택하여 거행해 왔다. 천제를 지내기 위한 신당(神堂)은 없으며 원형 돌 표시가 있고 신체(神體)로 하는 큰 참나무 근처에 초막을 짓고 제사를 준비하였다. 또한 제를 지내기 위해 제단도 제사를 지낼 때마다 살아 있는 자연목을 채취하여 제사상을 만들고, 그 위에 제물을 놓고 제를 올렸던 것이다. 흔히 자연신앙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잡신(雜神)을 배제하는 유교적 의식의 전형을 확인할 수 있는 제례다.

살아 있는 큰 참나무를 기둥으로 삼아 제사상을 마련해 놓고 사용하고 있다. 네 군데 소다리 네 쪽을 건다. 금줄은 문종이를 넣어 꼰 왼새끼를 사용하였다. 제물은 건 소다리와 마짐시루용 백설기 등을 차린다. 천제를 지내기 위한 제관은 삼일 전에 부정 없고 정갈한 사람을 뽑는데 선출된 제관은 삼헌관 3명, 축관(祝官), 집사(執事), 알자(謁者), 사준(司罇) 등이다. 삼일 전에 목욕재계하고 의관을 갖춘 후 제사를 준비한다. 제관 중 두 사람은 천제터 근처 초막에서 제주(祭酒)를 준비해 사용하도록 한다. 제사를 지내는 밤 12시 30분경에는 모닥불을 피워 의식의 시작을 알려서 마을 각 가정에서도 천제에 동참하게 된다. “높고 아득한 하늘은 저희들의 부모이시니/ 바라옵건대 저희들을 보살펴 주셔서 재앙이 없도록 해 주시옵소서”라는 천제축문을 올린다. 천제를 지내는 순서는 ①설찬(設饌)→ ②분향강신(焚香降神)→ ③헌작(獻爵)[초헌, 아헌, 종헌]→ ④독축(讀祝)→ ⑤재배(再拜)→ ⑥소축(燒祝)→ ⑦철찬(撤饌) 등으로 진행한다.

천제유산의 진천학(鎭川學)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충북 무형문화재 지정에 집중하고 지역문화자원의 활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제의 문서-기유(己酉,1909년)에 등초한 홀기와 진설도, 고축문 원본, 동계문서, 천제사 봉행문서-를 충북 민속문화재로 우선 지정해야 하고 천제 메카 만들기가 필요하다. 김용기 등 천제보존회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학술발표가 기획되어야 한다. 천제를 진천 공동체 민속유산의 으뜸으로 삼고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다. 마을형 천제 대표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진천학의 가치를 부여해야 마땅하다.

천제콘텐츠산업 추진은 ‘공동체 융합적 발상’이 우선해야 한다. 화랑과 연계한 천제 스토리텔링의 산실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진천다운 문화자원의 킬러콘텐츠로 창조해야 한다. 진천아리랑(박소정 기능보유자)과 천제 뒷풀이 소리 만나기. 농다리와 연계한 천제 퍼레이드 기획, 화랑 천제 메타버스 영상물 제작 등을 구축해야 한다. 천제 숭고성 나눔의 가치와 생거진천 생동감 이미지를 공유해야 한다. 진천 활인성(活人性)의 공감을 지속시켜 가야 한다. 이러한 지역천제 담론은 진천학의 장점이 된다. 천제인문이 진천 미래와 마인드마크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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