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억 청주 내덕동 주교좌성당 신부

반영억 청주 내덕동 주교좌성당 신부

[동양일보]믿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성탄절은 큰 축제이다. 크리스마스는 구세주 예수님이 탄생한 날이라고 기념하지만, 반짝이는 조명과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산타클로스의 등장은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어렸을 때 우리의 산타클로스는 부모님이셨다. 밤새 눈 내린 하얀 크리스마스를 기대하였고, 졸음을 이기지 못해 만나지 못했던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의 마스코트라할 수 있는 산타클로스는 현재 튀르키예 안탈리아 주 뎀레 근방 지역의 대주교였던 성 니콜라스라고 전해 진다. 니콜라스는 매우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부모를 일찍 여의었는데 많은 유산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활동에 사용하기로 결심하여 나눔을 실천하였다. 어느 날 너무 가난한 한 가정의 세 딸이 성 매매를 하는 곳으로 팔릴 위기에 있었는데 니콜라스는 몰래 세 덩어리의 황금을 세 자루에 넣어 그 집에 두고 갔다고 한다. 덕분에 딸들은 팔려 가지 않고 결혼을 할 수 있었는데 이 이야기가 널리 퍼지게 되었고, 황금이 든 세 자루가 니콜라스의 상징물로 되었으며 그를 기억하는 축일은 12월 6일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성 니콜라스 축일은 세 자매의 일화처럼 아무도 모르게 선물을 주는 날이 되었다.

12세기 프랑스 수도자들이 니콜라스 축일 전날에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었는데 유럽의 가톨릭국가들에서는 니콜라스 분장을 하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관습으로 이어졌고, 1823년 작가 끌레멘스 무어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 성 니콜라스의 방문”이라는 시를 출판했는데 그 내용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덟 마리 순록을 이끄는 성 니콜라스가 굴뚝으로 선물을 놓고 간다는 이야기다. 이 책의 인기와 더불어 또 하나의 산타클로스가 가정마다 등장하게 되었단다.

얼마 전 성당에서 젊은이들이 준비한 음식 나눔 잔치가 있었는데 만남의 기쁨이 넘쳤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이 모이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고귀한 생각을 존중하고 후원하고자 한 어르신들의 방문과,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사랑의 열정과 젊음이 마주하여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큰 힘이 되었다. 사랑은 행동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고백도 중요하지만, 사랑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가 더 중요함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상처가 별이 될 수 있을까?” “상처 입은 아이들과 함께 조심스레 키워가는 꿈입니다.” 과테말라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위한 천사의 집과 초등학교, 중학교를 세워 아이들 속에서 살고 있는 홍승의 신부의 말이다. 그는 “온갖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자신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상처에 손댈 수 있는 빛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빛나는 별을 가끔 보고 있단다.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간식이나 작은 선물을 자기가 먹거나 쓰지 않고 남모르게 감추어 두는 아이가 있어서 ‘무엇 하려고 그렇게 모아두느냐?’ 고 했더니 “저보다 더 어려운 친구에게 성탄 선물 할 거예요.” 하였다고.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 안에 사랑이 담겨 있다면 그 가치는 헤아릴 수 없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라는 무게와 함께 취약계층은 어느 해보다 힘들고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기름은 엄두를 못 낸다. 작년보다 30% 줄어든 연탄 기부, 후원 중단 기업들이 늘고 있다’ 는 뉴스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하다. 우리 이웃이 산타클로스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내가 아니면 도울 사람이 없다.’라는 마음이 생겨나길 간절히 희망해 본다. 쌓아 놓으면 쌓아 놓을수록 줄 것이 없지만 주면 줄수록 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눔을 통해 얻는 행복감은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베풀기를 두려워 말자. 주는 것이 곧 더 크게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만나보고 싶었던 산타, 이제는 내가 산타클로스가 되어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사랑의 정성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하고 포근한 성탄절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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