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대통령님 미치겠습니다. 규제의 대못을 뽑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오송국가3생명과학단지가 농식품부의 협의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면적 205만 평을 협의해주지 않는 상황의 상소문이다. 농업진흥구역이 90퍼센트를 차지해 쌀을 생산하는 농지가 줄어들면, 식량안보의 위기 대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충북도의 입장은 바이오산업의 뿌리가 있는 오송에 기업들이 자리할 부지가 없어 국가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에 직면하여 반듯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과 충돌하고 있다. 하여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지원해달라고 건의한 것이다. 이후 도지사는 2월 13일 집무실을 오송으로 이동해 국가3생명과학단지 현장에서 집무를 봤다.

사무실에서 보고를 마치고 현장에 나가 현황 보고 받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농식품부에서 협의한다면, 언제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2029년이라고 답하자 아니 5년 후에 입주가 가능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걱정을 크게 했다. 2018년 시작해 준공 시기가 2032년 14년 걸린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앞당기라는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

00그룹 부회장이 도지사실을 방문했다. 부지가 십만 평 규모의 부지가 급히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남쪽에 100만 평 부지가 있는데, 그쪽에 생산기지를 두면 거리도 멀고, 시간이 오래 걸려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해 경쟁력이 없단다. 비밀리에 십만 평을 1년 안에 제공해줄 수 있느냐는 의견과 가능하다면 확약서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많은 고민과 토론 끝에 확약서를 해주기로 했다.

공무원이 확약서를 써 준다는 건 목숨을 내놓는 일과 마찬가지다. 한쪽에선 해주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충북은 자원이 많지 않고 이런 프로젝트를 놓친다면 미래가 없다. 어렵지만, 해보자는 각오를 하고 확약서를 쓰기로 한 것이다. 00그룹에 필요한 곳을 선택하면 해주겠노라고 도지사의 의견을 보냈다.

진천IC 인근의 원형지를 지목했다. 바로 태스크 포스팀을 꾸렸다. 경제부지 팀장이 맡았다. 재난안전실 옆 회의실에서 킥오프 회의가 열렸다. 엔지니어 분야의 어떤 팀장이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1년 안에 추진하느냐, 보통 5년에서 6년이 걸리는 프로젝트이다’라며 안된다는 의견이었다. 회의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간사인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안된다는 분들은 회의장을 나가라.’라고 했다. 도지사가 확약서를 써준 이 시점에 안 된다고 하면,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하는데 회의할 이유가 없었다. 이어 그 위에 상급자를 별도로 만나자고 했다. 대표를 별도로 만나 사정 이야길 했더니 밤을 세워서라도 협조해 주겠다는 답을 듣고 함께하기로 했다. 환경영향평가를 하려면 사계절을 반드시 지켜봐야 해 최소 1년이 걸린다. 타당성 검토와 개발계획을 동시에 진행해야만 한다.

참으로 시간은 돈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 토지주들의 협의 과정과 보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백여 명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군수님이 새벽에 직접 나서서 토지주를 찾아 협조 요청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몇 개월씩 하는 것을 협의 기관이 함께 모여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질의응답 후 협의 결과를 바로 보내주는 것으로, 기간을 앞당기기로 했다.관련된 분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면에 다 적지 못할 정도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파일을 박는 현장을 찾았다. 그날의 기념사진이 내 핸드폰에 남아있다.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함께하는 사진이다. 보이지 않는 눈물이 가슴에 뜨겁게 흘러내린다. 대한민국의 산업단지 역사에 1년 만에 파일을 박는다는 건 유일무이한 전설이 된 것이다.

공장을 완공할 때는 정작 다른 투자 유치 일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 후에 둘러보니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로 무장된 공장이 웅장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확약서를 지켜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어 적극적인 행정추진을 신뢰받아 추가로 십만 평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여 다수의 협력사를 유치하는 기회가 됐다. 가끔 그 옆을 지날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함께 프로젝트를 해온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며, 그 당시 이 사업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분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꿈을 이루려는 간절한 염원은 진천군이 경제성장 증가율 전국 1위라는 성적을 이뤘다. 군수님께서 군민들의 감사패를 준다고 했지만, 사양하고 마음으로만 받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안 되는 것도 되게 한다’는 신념이 큰일을 이뤄낸 것이다. 정녕코 기업이 살아야만 일자리가 생긴다. 도민의 행복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질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