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지난해 대전 지역 전세사기 피해는 인구 규모 대비 인천시 다음으로 발생률이 높았다고 한다.

전국에서 1인 가구 비율(38.5%)과 다가구주택 비율(33.5%)이 가장 높은 대전은 다른 지역보다도 전세사기 범행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전직 방송기자와 부동산 법인 관계자가 연루된 325억원 상당의 깡통 오피스텔 전세사기를 시작으로 지역의 전세사기 피해가 1년 동안 연이어 터져 나왔다.

7개월 전인 지난해 6월에는 50대 피해자가 '돈 받기는 틀렸다'고 말한 뒤 극단 선택을 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 86%가 20∼30대로, 지역의 많은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들이 절망에 빠졌들었고, 지역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피해자들은 지난 7월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여아가 합심해 지난해 5월 전세사기특별법을 통과시킨 지 반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현주소는 '제자리걸음'이다.

국토부에서 인정한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899명으로 피해 접수는 140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대책위에서 파악한 지역 내 피해자 수는 3300여명, 피해 금액은 4000억원에 육박한다.

대전경찰청에서 송치했거나 수사 중인 지역 전세사기 관련 피해금만 1500억원에 달하고 관련 피해자도 1370여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차 계약이 아직 남은 잠재적 피해자까지 합친다면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란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부푼 꿈을 안고 대전에 자리 잡았던 사회초년생들과 신혼부부 피해자들은 '쓰리잡'을 하거나 원양어선에 몸을 싣는 등 힘겹게 삶을 버티고 있다.

이처럼 전세사기 여진이 계속되면서 전세사기특별법과 피해자 지원 대책에 대한 실효성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의 전세사기는 타지역과는 달리 피해 건물 95% 이상이 다가구주택과 다중주택으로, 거주주택 경·공매 유예 및 정지, 피해주택 우선 매수권 부여 등 현 특별법 혜택조차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내놓은 지원책 중 하나인 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과 매입임대 전환도 지난해 기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긴급거주 대책 또한 대전은 부동산 공급 부족으로 LH 임대조차 부족하기 때문에 긴급거주 공간을 찾기가 힘들다.

여야는 6개월마다 특별법 보완 입법을 하기로 했으나 대립 끝에 개정안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12월 28일 야당에서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피해자의 피해액을 먼저 보상한 뒤 추후 경매 등을 통해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제일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전세사기를 발본색원하고 충실한 피해회복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것이 생색내기 말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이들이 가장 원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 등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예방책 역시 단속과 검거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전세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을 통해 불안정한 전세제도를 손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전세사기는 서민들이 평생 모은 돈을 강탈하는 중범죄다. 법으로 모든 전세 피해자를 구제할 순 없지만 구멍이 있다면 보완해 젊은 임차인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건 사회적 책무다. 정부와 대전시의 사회적 책무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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