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강동대 교수

이동희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인생을 살다보면 고맙고 감사한 사람이 많다. 열 명의 사람이 있을 때, 조용하고 묵묵히 맡은 바를 행하는 이가 아홉이고, 목소리 크고 못 된 이가 한 명인데, 한 명이 분위기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흐름을 뒤틀리게 할 때가 있다. 분명히 좋은 사람이 훨씬 많은데 왜 10% 소수의 목소리에 의해 다수는 희생되고 꺽이는지 이해가 안된다. 일상 생활속에서 많은 다수가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해야 하는지 묘한 일이다. 분명히 일부의 소리가 다수를 꺽고 많은 이의 기억속에 남아 세상사의 흐름을 깨트리고 흐트러트리는 것을 보면 희한한 일이다. 보통 우리네 세상에서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경우에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 한다. 그런 사람은 벌레 만도 못하고, 인간 쓰레기, 인간말종이라고 한다. 사람사는 세상은 어찌되었든 많은 사람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야 한다. 좋은 사람, 나쁜사람, 잘난 사람 못난사람, 착한 사람 악한사람 등이 어우러져 살다보면 오만가지의 별의 별 일이 다 있다. 정말 감사하고 고마워서 나의 오장육부를 떼어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정말 못되어서 지옥의 불구덩이나 사지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車裂刑)에 처했으면 하는 못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살만하고 좋은 세상의 삶이 많다. 연말연시면 고맙고 감사하고 보고싶은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이 주변에 많다면 세상은 잘 살아온 것이고 살만한 세상이다. 인생사는 힘들며 많은 희로애락이 존재하다 보니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속담이 있는데, 오늘은 이 명언에 대하여 논해 보고자 한다.

경야무원(經夜無怨) 역일무은(歷日無恩)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하룻밤이 지나면 원수도 없어지고 은혜도 잊혀진다는 말로, 밤 잔 원수 없고 날 샌 은혜 없다는 뜻이다. 원수든 은혜든 때가 되면 다 잊혀진다. 하지만,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원수는 빨리 잊고 은혜는 오래 잊지 말라는 뜻이다. 서로 유사한 말인듯 하나, 후자는 하룻밤이 지나면 원수는 빨리 잊어 버리고, 은혜도 수이 잊혀지나 빨리 잊지 말라는 뜻이다. 즉 원수는 바닷가 모래에 새기면, 용서의 파도가 불어와 쉽게 지워지고, 은혜는 돌에 새기면 세찬 바람이 불고 몰아쳐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네 삶에 맞는 말이듯 하나 거꾸로 할 때가 많다. 잊어서는 안될 소중한 은혜는 물에 새겨 금방 잊고, 마음에서 버려야 할 원수는 돌에 새겨 두고두고 기억하며 마음의 병을 키운다. 은혜를 마음에 새기며 고마워 한다면 누구를 만나도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기쁘게 살 수 있을까? 매사에 감사하면 항상 기쁠 것이고, 작은 일에도 고맙고 기분좋게 생각한다면 행복할 것이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은 매우 어설픈 이중적 잣대의 언어이다. 돌이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은혜를 받고도 작은 서운함만 기억하고 커다란 감사는 잊고 산다. 먼저 정직하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욕심을 내려놓으며, 내면의 양심 소리에 순응하면 진지함과 행복감으로 삶이 활기찰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하나로 은혜를 새기든 원수를 새기든 나의 마음이다. 한 번 내 마음을 돌아보면 내 마음 속에 무엇이 새겨져 있는지 보인다. 마음속에 원수를 새기고 속상함을 키우는지? 혹은 은혜를 새기며 늘 감사하고 고마워하는지 뒤돌아 보자. 가만히 돌아보면 거꾸로 할 때가 많다. 잊어서는 안될 소중한 은혜를 물에 새겨 금방 잊고 마음에서 버려야 할 원수는 돌에 새겨 오래 기억하는 마음속 병과 함께 산다. 마음에 은혜를 새기면 고마움이 남아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고 즐겁지만, 원수를 마음에 새기면 괴롭고 불행하다.

우리는 살면서 인생의 나잇대에 따른 삶의 지표가 조금씩 변한다. 삶은 전략이고 돈은 전술이다. 인생에서 돌처럼 휴지처럼 생각해야하는 돈이 어느날 사람의 관계를 끝내고 끊어놓는 경우가 많다. 인생사에서 못된 인간은 죄를 받아야 한다. 사극 TV 드라마를 보면 능지처참(凌遲處斬)하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사극을 보면서 우리말의 세세한 표현력을 느끼며, 묘사된 언어의 마술을 경험한다. 세월의 흐름을 더욱 빠르게 느끼는 인생의 연배에서 좋은 사람 고마운 사람은 뼈속에 새기고 밉고 보기 싫은 사람은 모래위에 새기어 금새 잊어버리고 산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기쁜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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