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 교수

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 교수

[동양일보]지난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던 20대 담임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교직 사회가 한참 동안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교권 침해 사건 외에도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사건도 시한폭탄처럼 터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한다.

교육 현장에서 불쑥불쑥 일어나 팽팽하게 부딪히는 날 선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교육계에 몸 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어디서부터 이 뭉친 실타래를 풀어가야 할지, ‘교육’이라는 본질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로 인한 담임 기피 현상이 심해지자 지난해 담임수당과 보직수당 인상안을 결정했다.

그리고 동시에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으로 ‘202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예산’을 확대·편성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련의 정책들이 과연 교육 현장의 문제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혹여 그때 때마다의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교사·학부모 정책 모니터단 설문에 따르면 학교에서 강화돼야 할 교육 내용의 1순위로 인성교육이 꼽혔다. 응답자들은 교과 교육 만큼이나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인성교육의 개념과 관련 정책은 교육기본법의 핵심을 놓치고 있으며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교 인성교육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이주호 교육부장관도 학생과 교수의 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마음건강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에 도입해 근본적인 교육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진지하게 대한민국 교육의 재정의와 인성교육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교육기본법 2조(교육이념)에서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 2조에서는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은 과연 현재 교육 현장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수십 년 전에 이미 이러한 홍익인간의 정신의 가치를 이미 꿰뚫어 본 세계 석학들이 있다.

아놀드 토인비는 무려 50여 년 전인 1973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21세기에 전 세계가 하나로 뭉치는 날이 온다면 그 중심은 동북아시아가 돼야 하고 핵심사상으로 '홍익인간'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25시' 작가 게오르규는 <한국찬가>라는 저서에서 “한국 민족이 낳은 홍익인간 사상은 21세기를 주도할 세계의 지도자상이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교육이 표방한 것은 지(知)·정(情)·의(意)를 모두 갖춘 전인적(全人的) 교육이었지만, 실제 고속 성장 발전을 해야 하는 근대산업사회 속 교육은 서열과 평가에 익숙한 전문 기능성 인력 양성에 주력해 왔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점이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현실이며 이것이야말로 현 공교육 사교육 현장에서 놓치고 있는 핵심이다.

국가와 학교 그리고 가정의 교육적 역할 분담이 불분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인재 양성의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오늘, 답이 보이지 않던 필자의 눈에 한 대안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멘토 특강 기회로 참여하게 된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그 곳이다.

충남교육청에 등록승인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는 1000여 명의 사회 각계의 전문가 멘토가 참여해 학생들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해 나가는, 자기주도적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게 한다. 또 다양한 인성교육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지구와 인류를 위한 홍익인간 교육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필자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당면한 교육 문제 해결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보았다.

몸과 마음 건강을 중시하는 교육과정 그리고 홍익인간 정신의 바탕이 된 인간존중, 공생철학의 인성 교육을 기본 덕목으로 실천하는 교육모델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백년대계 교육의 지향점이라 생각한다.

존중과 배려가 있는 인성 교육이 지향해야 할 시대정신은 바로, 인류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재 양성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미래 신인류의 탄생, 홍익인간의 부활을 조심스레 꿈꾸어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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