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용띠 해가 된다.

용이란 어떤 동물이며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우리는 꿈을 꾸고 나서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매우 궁금해 한다. 그래서 꿈의 내용에 따라 동물에 빗대어 개꿈, 돼지꿈, 용꿈이라 부른다. 보잘것 없는 헛된 꿈을 개꿈이라 하고, 금전적인 복을 받을 것으로 믿는 꿈을 돼지꿈이라 하는데 비하여 용꿈은 최고의 꿈으로 여긴다. 왜냐하면 용꿈은 신분 상승, 즉 출세나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징조로 믿기 때문이다. 태몽에도 용이 등장할 경우 태어나는 아기가 큰 인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용은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민속 상징이며 수호신으로 자리 잡아 왔다. 특히 2024년은 용 중에서도 청룡(靑龍)의 해이다. 청룡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신도에 나오듯이 동쪽을 담당하는 매우 상서로운 존재다.

용(龍)은 상상의 동물로서 바닷속 용궁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은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부들에게는 가장 절대적인 신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촌에서는 용왕제를 지내기도 하며, 풍어와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행사가 아직도 전승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간에서 용은 수신(水神)이다. 용을 순우리말로 ‘미르’라고 하는 것은 ‘물’과 같은 어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논농사를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1년 농사를 망치게 된다. 또한 용은 물로써 화마(火魔)를 물리치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목조 건물에 용의 형상을 많이 볼 수 있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기에 그 모습도 다양한 형태로 묘사된다. 전체적인 몸통은 뱀을 연상케 하며 고대에 묘사하던 용은 짧은 네 발이 달린 파충류다. 만일 실존했던 짐승을 모델로 했다면 악어 혹은 왕도마뱀에 가까운 동물일 것이다. 악어가 조류 등 수면 위의 먹이를 사냥할 때 몸을 흔들며 물속에서 뛰어오르는 모습은 용이 승천한다는 이미지에 부합하며 악어가 용의 기원은 아닐지라도 용 설화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꽤 높을 것이다.

중국의 옛 기록을 보면 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고대에는 실존하는 동물로 보았을 가능성도 있다. 춘추좌씨전에는 기원전 513년에 용이 나타났다고 하며 순임금 시절에는 용을 사육했다고도 한다. 등용문(登龍門)의 고사에서는 잉어를 용의 전신으로 보고 있으며 구약성경(에제키엘서 29장 3절)에는 용(Dragon)이 나일악어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의 양자강에는 악어가 많이 살고 있으므로 악어 형상의 용이 만들어지고 그 이미지가 한반도로 넘어왔지만 한반도에는 악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은 용을 악어보다 뱀에 가까운 존재로 표현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잉어가 용이 되는 것으로 보지만 한국의 민속 설화에는 용이 되기 전의 단계로 커다란 뱀인 이무기라는 것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한국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인도의 용 관념이 유입되었다. 인도에서는 원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뱀 숭배 신앙이 불법의 호법자인 용으로 변모하였다. 이렇게 인도에서 유입된 불교의 용 관념은 <삼국유사>에 수록된 많은 용 설화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죽어서 큰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한 신라 문무왕의 이야기처럼 호국룡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우리 민족은 근현대 시기에 엄청난 시련을 겪어 왔다. 아무쪼록 올해가 용의 해이니 우리나라가 용의 기운을 받아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세계를 향해 힘차게 솟구치는 비룡승운(飛龍乘雲)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