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일선 청주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어일선 청주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동양일보]영화 <대부>로 유명한 미국영화의 거장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딸이자 배우이며 감독인 소피아 코폴라가 각본, 감독, 제작하고 빌 머리,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2004년 개봉작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소개한다. 도쿄를 떠도는 두 미국인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골든 글로브 5개부분에 노미네이션되며 뉴욕비평가협회를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찬사를 받으며 상을 휩쓸었고 엄청난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스칼렛 요한슨이 본격적으로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으며 감독인 소피아 코폴라는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원제는 Lost in Translation으로써 "통역이나 번역 과정에서 말의 의미가 일부 누락되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국 제목은 영어 제목을 참고하여 완전히 새롭게 지은 수준이라는 평이 많다. 지구 반 바퀴나 돌아 일본에서 있었던 7일간의 러브스토리.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다면 "통역에서 사라진..." 또는 "전달되지 못한..."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은 밥(빌 머레이)과 샬롯(스칼렛 요한슨)이며 둘 다 가정을 가졌지만 서로의 매력에 이끌리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절대로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저 그런 불륜을 미화하는 작품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마음의 공감에 의한 연민으로 영화의 감정이 정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일본 도쿄의 같은 호텔에 묵었다가 우연히 마주친다. 밥은 미국의 영화배우로서 위스키 광고를 찍기 위해 일본에 가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진행자와 통역자 사이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것은 익숙지 못한 낯선 공간에서 소통마저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감독의 의도일 것이다. 작품의 낯선 공간적 소외감은 사라지지 않으며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밥은 결혼 25년 차의 중년이며 부인과 자녀가 있다. 그러나 부인은 그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처럼 대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한편, 샬롯은 사진작가 남편을 따라서 일본에 온 결혼 2년 차의 주부이다. 이들은 늘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이이다. 하지만 같이 있으면서도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의 남편은 항상 바쁘고, 주부로만 살던 그녀는 미래의 계획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더욱이 이 낯선 땅에서 별로 할 일이 없는 상태로 공허함마저 느껴진다. 어느 날, 밥과 샬롯은 잠을 못 이루다가 호텔 라운지에서 만나게 된다. 그저 서로 낯선 곳의 외로움을 말했을 뿐이지만 소외감의 공감이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낀다. 이들은 공감을 넘어 연민으로 감정이 발전한다. 밥은 사람들이 자신을 배우로만 알 뿐이다. 그저 인기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신기함이 목적이기에 오히려 자리를 피하게 된다고 말하고,  샬롯은 하루종일 혼자서 도쿄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지만, 결국은 도시 안에 갇혀서 남편을 기다리는 신세 일 뿐이다. 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들과 달리 샬롯은 밥을 일반인처럼 편하게 대한다. 잠 못 드는 밤이면 같이 술을 마시다가 골아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밥은 샬롯을 그저 안아줄 뿐이다. 말도 안통하고 가족과도 소원해진 그들이었기에 의지하게 되었지만, 현실에서의 거리는 어쩔 수 없다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감정이 커지는 시간이 둘에게 이어진다. 그렇게 도쿄의 밤과 흐르던 어느 날,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이 된다. 밥은 인사라도 하고 싶어서 샬롯에게 팩스를 보낸다. 하지만 호텔의 홀에서 만난 두 사람은 그저 아쉬운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게 된다. 많은 사람이 알아보는 인기 배우와 그저 일반인이며 유부녀인 한 여인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더 이상 발전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렇게 그들만의 거리로 영화 속 세상이 비춰진다. 그렇게 헤어진 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두 사람. 샬롯을 발견한 밥이 그녀를 불러 세우고 입맞춤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때 밥은 관객이 알아들을 수 없는 대사를 한다. 그로 인해 관객은 더한 여운을 가지게 된다. 이 아쉬움과 알 수 없는 감정의 무엇이 영화적인 미장센으로 관객 모두에게 깊은 회한과 그리움으로 기억된다. 우리가 저마다의 인생을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많은 감정들에게 귀기울여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작음 울림으로 내가 나로 인해 알지 못했던 감정을 알아봐줄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외로운 사람들끼리의 만남이 있는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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