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원 충청북도농업기술원 농업환경연구과 토양환경팀장

박계원 충청북도농업기술원 농업환경연구과 토양환경팀장
박계원 충청북도농업기술원 농업환경연구과 토양환경팀장

[동양일보] 농업 생산에 있어서 비료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다. 심고 수확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농작물의 재배 특성상 주는 것 없이 땅에서 가져오기만 한다면 토양은 척박해지고 생산성은 점차 떨어져 결국은 더 이상 작물 재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업으로 인해 부족해지는 토양의 양분 부족을 바깥에서 보충해 주는 것이 바로 비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것도 지나치면 오히려 해를 끼치는 것처럼 비료 또한 토양에 과잉으로 투입할 경우 토양 환경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작물 생육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료는 크게 식물의 잔재물이나 동물의 분뇨, 녹비 등으로 이루어지는 유기질비료와 화학비료라 불리는 무기질비료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화학비료 사용은 1960년대 후반 건설된 비료 공장의 설립으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판매돼 1990년까지 사용량이 증가했다가 비료가 환경오염원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점차 줄어서 2010년 이후는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있다.

비료 사용량과 농경지 면적과의 비교 평가, 충북농업기술원이 국립농업과학원 등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비료 사용 변동 평가 등의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비료 사용량은 여전히 과잉으로 토양이 점차 비만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비료 성분량을 기준으로 생산량과 판매량을 살펴보면 화학비료 판매량은 1990년 110만4000t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0년 이후부터는 약 41만톤~47만톤 근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인 2010년 우리나라의 농경지면적은 171만5000ha였고, 2022년에는 152만8000ha로 연평균 1% 정도씩 감소했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비료 사용량을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비료 총사용량은 2010년 42만3000t에서 2022년 41만t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위면적당 사용량은 2010년 233kg/ha에서 2022년 255kg/ha으로 오히려 연평균 1%씩 증가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밭작물인 고추 재배의 경우 2017년에 비해 4년 뒤인 2021년에는 전체 비료 사용이 87.1kg/10a가 증가했으며 이중 퇴비로 인한 비료 사용량 증가가 83.2%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과수 작물 중 포도의 경우에는 2022년 기준으로 4년 전에 비해 약 48.3kg/10a을 더 많은 비료 성분을 투입했는데 화학비료에서는 5.1kg 감소한 반면 퇴비를 통해 투입된 양은 53.4kg이나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에 벼와 옥수수의 경우에도 화학비료의 사용량은 줄어든 반면 퇴비 사용량 증가로 인한 전체적인 비료 성분 투입량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무분별한 퇴비 사용량이 토양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이든 빵이든 사람도 소비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면 비만으로 건강이 나빠지듯이 토양도 화학비료나 유기질비료 중 어느 하나라도 지나치게 많이 투입하면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병든 토양이 될 수밖에 없다. 토양도 비만관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됐다.

후손에게 물려줄 건강한 토양을 위해서는 농가와 정부 모두 비료 사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농가에서는 토양검사를 통한 적정량의 비료 사용을 실천해야 할 뿐 아니라 성분을 알 수 없는 퇴비는 가까운 농업기술센터나 농업기술원을 방문해, 성분량 검사 후 적정량을 사용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시판되고 있는 퇴비에 대한 성분 표시를 의무화해 건전한 토양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토양을 비롯한 농업환경자원은 한 번 망가지면 복구가 매우 어려운 자원일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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