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코앞으로 다가오지만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맞물려 명절 특수는 옛말이다. 힘들고 어렵게 코로나팬데믹을 이겨 냈지만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 자영업자들이 파고를 넘지 못하고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야할 명절이, 지속되는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시름에 빠져있다.

최근 한국은행 충북본부가 발표한 충북지역 자영업자 대출 동향 및 리스크 점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연체율은 1분기 1.1%, 2분기 1.3%, 3분기 1.6%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충북도내 자영업자의 분기별 평균 연체율은 0.7%였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서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연체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3분기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전분기보다 7000억원 증가한 21조8000억원이었다. 증가율로 보면 3.5%를 기록,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높았다.

모든 연령대에서 대출이 늘었고,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한 비은행권의 비율은 59.9%로 확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불황에 따른 대기업·중소기업의 일자리 부족으로 생계형 창업자가 늘어나면서 과당 경쟁으로 기존 자영업자들까지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지역 자영업자의 대출금 상환 능력이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어 창업 전 교육과 금융을 포함한 전반적인 지원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영업 영위 취약차주 대출 증가가 다중채무 상태이면서 저소득 차주의 대출 증가에서 기인했다는 부분이다.

이처럼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며 가뜩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는 서민들은 더 고달픈 명절을 보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설 연휴 전까지 과일 등 비축분 방출과 할인 지원 형태로 최대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설 차례상 구매비용(4인 가구 기준)은 전통시장 28만1500원, 대형마트 38만580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설 보다 각각 8.9%와 5.8% 늘어난 비용이다. 매년 설 연휴를 앞두고 조사한 차례상 비용 중 최고 기록이라고 하니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까닭일 것이다.

실제 전통시장이나 마트에서 소비자들은 안 오른 게 없다며 아우성이다. 특히 과일과 채소류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한국물가정보 발표 기준으로 사과(부사) 3개 가격은 지난해 설보다 42.9% 오른 1만5000원이다. 대파 1단 가격은 4000원으로 지난해보다 60%나 급등했다. 과일은 지난해 잦은 비와 병충해 냉해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내려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들이닥친 한파 영향으로 채소 값 상승은 계속된다는 분석이다. 견과류도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올랐다. 생산량이 줄어든 다시마와 조기는 물론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영향을 받는 소고기 가격도 당장 꺾일 가능성이 적다. 이 같은 명절 필수품목의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발 빠른 정책 실행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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