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지난해 시월 청주 근교 산행을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발목이 꺾여 발이 붓고 디딜 수가 없이 통증이 심했다. 병원에 가보니 발목인대가 늘어났고 일부가 파열되었다고 했다. 참으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까지 평생 깁스 한번 해본 적이 없었으니 눈앞이 캄캄했다.

그날부터 깁스를 하고 절뚝거리며 생활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한걸음을 내디딜 때 마다 통증을 느끼니 이것이 불행인가 싶었다.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 적이 없었다. 거의 두달이 지나니 비로소 걸을 수 있어 비로소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는 행복감을 느꼈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욕구와 욕망이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이다. 물론 돈이 많아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몸짱이나 얼짱이기 때문에 행복 할 수도 있다.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에서 파랑새는 어디 있을까? 돈이나 외모나 사회적 지위가 행복의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라는 건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 상대적인 빈곤감과 박탈감으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방황하고 있다. 내일의 행복을 찾기 위해 모든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는 삶은 지혜로운 삶이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오늘의 나의 정체성을 찾아 내가 왜 사는지 깨우칠 때 진정한 행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스티븐 헤이즈는 “행복(幸福)은 정상(正常)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전제, 즉 행복한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 때 괴로워한다. 마치 자신이 누려야 할 것을 빼앗긴 것 마냥 슬퍼한다. 남들은 행복한데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면서 비관에 빠진다. 마치 행복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정말 행복한 것이 정상일까? 스티븐 헤이즈는 심리적 문제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고 말한다. 행복이 정상(正常)이라고 가정하면 행복하지 않은 자신이 비정상(非正常)이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행복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자신은 언제나 정상인 것이다. 인생 뭐 별거 있냐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고, 아무런 의욕도 없는 것이 아니냐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삶에 대해 단순히 절망만 하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를 후회하며 살고, 어떤 사람들은 미래를 걱정하며 산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살 수 없으며, 미래를 당겨 살 수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현재 뿐이다. 허나 이 현재는 과거를 밑거름으로 싹튼 현재, 미래를 향해 자라나는 현재이어야 한다.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금이 네가지가 있다고 한다. 황금은 영원히 변하지 않고, 소금은 맛을 내며 부패를 방지하며 현금은 원하는 물질적 욕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 제일 귀중한 순간이요, 금중에 제일 소중한 금이 지금이다. 가수 이장희가 인생말년에 울릉도에 둥지를 틀었다. 그 이유는 행복은 결국 돈도, 명예도 아니고 자연과 가까이 하는 것이라 했다. 행복하게 사는 법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팬하우어는 너무 불행해지지 않는 방법은 너무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칠십이 넘은 나이에 행복을 움켜쥐려고만 안달하던 마음을 비우고 남에게 나누어야겠다. 손아귀 속 잠자는 행복의 씨앗보단 향기로운 꽃으로 피워 향기를 흩날리는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이수만의 행복노래 가사를 되뇌어 본다. “비 적신 꽃잎의 깨끗한 기억마저 휘파람 불며 하늘로 날리면 행복은 저 멀리 파도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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