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김윤식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동양일보]"흰눈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하다 ~~~~“

어린 시절 눈이 오면 필자가 제일 먼저 했던 일중 하나는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하기, 고드름따기, 썰매타기였다. 그날의 모습을 그려보자. 추운데 너무 오래 놀았기에 엄마한테 혼나는 일은 당연하고 보너스로 콧물이 줄줄, 손발은 시리고, 심하면 동상이 오고, 열나고, 아프고...

그리움의 발로일까? 며칠전 건물 처마밑에 매달린 고드름을 보고 있노라니 스마트폰 카메라로 나도모르게 셔터를 누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주 신문지상에 ‘역대급 맹추위에 한냉질환자 속출, 계량기 동파급증’ 제목의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한파는 질병을 유발시킬 뿐 아니라 사람들을 집콕하게 만든 장본인이고, 각종 기계장치, 설비 등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겨울철 파괴자의 주범인 한기(寒氣)란 무엇인가?

한(寒: 냉기)은 겨울철의 기운이다. 열(熱)과 정반대의 의미이다.

첫째, 냉기는 음(陰)의 기운으로 음산하고 차갑고 축축하게한다. 또한 사람의 양기(陽氣)를 쉽게 파괴한다. 양기는 사람의 몸을 방어하고 온후(溫煦)하게 하며 기를 통하게 하는 작용을 하게 되는데 냉기로 인해 양기가 파괴되면 저체온증, 수족냉감, 오한, 기력저하, 복통설사, 의욕저하 등을 발생시키게 된다. 풍한감모(風寒感冒)라 일컫는 감기가 많은 이유다. 특히 오랫동안 질병으로 고생한 분이나 노약자들에게는 심각한 증상으로 변화되기 쉽게 된다.

둘째, 냉기는 응체(凝滯)시킨다. 기혈이 응결되고 저체되어 혈액순환과 기순환이 잘 되지 않게 된다. 겨울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질병이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겨울철 보일러가 고장나 물이 얼어 흐르지 않는 현상을 연관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셋째, 냉기는 수인(收引)한다. 피부 관절 근육을 수축시키고 땡기가 되어 인체의 전반적인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관절은 한의학에서 풍한습(風寒濕)의 나쁜 기운이 쉽게 침투하는 곳으로 냉기에 취약하다. 심하면 관절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냉기가 외부에서 갑자기 침투하거나, 오랫동안 차가운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 선천적으로 한성 체질이거나,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는 경우 통증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게 된다.

냉기에 노출되면 의학적으로 한냉질환이라 일컫는 동창이나 동상, 동창, 침수병이 발생하게 된다. 심부체온이 35℃ 미만으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은 경우에는 응급상황임을 기억해야한다. 체온이 35℃ 미만으로 내려가면 심장, 폐, 뇌 등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보통 유아의 경우 빨갛고 차가운 피부, 몸의 축 처짐이 발생하고, 성인의 경우에도 몸떨림, 피로감, 착란, 어눌한 말투, 기억상실, 졸림 등이 발생하면 위험 신호로 인식하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다면 겨울철 한냉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겨울나기를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5천년전 기록된 한의학의 경전이라 일컫는 황제내경(黃帝內經)-소문(素問) 제2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을 살펴보자.

”겨울 석달은 폐장(閉藏 : 닫아 걸어 저장한다)이라한다. 겨울철엔 활동을 적당히 하여 양기가 흐트러지거나 부족하지 않게 해야 하며, 일찍 자고 조금 늦게 일어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마음가짐을 평온하게 하여 기가 소모되지 않게 하며, 찬 것을 멀리하고 따뜻하게 몸을 보온하며, 피부 노출로 인해 온기가 빠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적당한 운동은 필수이다. 외출시 장갑과 귀마개, 내복, 따뜻한 방한복을 착용하자. 반신욕이나 족욕, 찜질이나 온천욕 등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음식마다 뜨겁고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인 바, 생강, 파, 부추, 마늘 등을 이용한 요리를 애용하자. 특히 염소고기는 성질이 따듯할 뿐 아니라 단백질이 풍부하고 각종 미네랄, 아미노산, 비타민 등의 함량도 높아 겨울을 이기는 보양식으로 추천할 만하다.

가능하다면 따뜻한 성질의 인삼, 계피, 산수유, 쑥, 대추, 꿀 등을 이용하여 차한잔의 여유를 부려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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