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박혜경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동양일보]공무원, 의회의원 등 공직자들에게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권력은 일을 이루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한계를 둔 것은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게 하기 위한 것이다. 두 말 할 필요 없이 공적 권력은 공익을 위해서 쓰라고 주어진다. 공익은 세상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기에 방향은 다를 수 있지만, 공직자라면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해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점은 어떠한 정치적 입장에서든 같다.

국회의원 선거를 두 달 여 앞두고 있다.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정치가들이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주장들을 들으면서 공직의 권력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정책제안 또는 공약들은 공직에 주어진 권력으로 이루어내고자 하는 일들이다. 그것들이 표계산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고민을 먼저 거친 것인지 궁금해진다.

지역균형발전을 하겠다고들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높인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는 수도권 개발 약속들이 정치권에서 난무한다. 고속도로를 지하로 묻는다는 둥, 철도를 연장한다는 둥 개발약속들이 쏟아진다. 대부분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 유권자들을 의식한 약속들로 보인다. 그러면 긴급하게 추진해 온 경제개발 논리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렸던 지역발전 약속은 언제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을 위한 예산배분은 가능한 것인가?

국회의원은 국가적 의제에 집중해야 하지만 지역의 이해를 외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지역균형발전의 과제가 많은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지역의 이해란 것도 도민들간의 의견이나 처지가 동일하지 않으니 도민 누구의 이해인지 공직자의 길에서 고민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권력을 사소한 이해관계에 관련된 민원을 들어주기 위해 사용한다면 정치는 표를 사는 행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정치가를 지지하는 것도 정치적 방향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개인적 이해득실만 따진 것이라면 정치적 지지가 아니라 거래다.

권력을 사용하려 할 때에 국회의원은. 도나 시군의 의원은 그 정당성에 대해 확신해야만 한다. 그것이 준엄한 권력의 개입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공익적 사안이라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은 공직자의 권력사용은 지난 선거 때 받은 표에 대한 응답이거나 다음 선거를 위한 표관리일 뿐이다. 이것은 권력의 공익적 사용이 아니라 공직자 개인의 직위 유지를 위한 사적 사용, 사실상의 남용 아닌가.

어떤 지역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상사가 예산수립이 다 끝난 뒤에 새로운 토론회사업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예산추경심의 때 그 토론회를 위한 예산을 받아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였다. 동시에 그 상사는 다른 사업의 예산을 증액시키고자 했다. 그 사업은 이미 예산이 잡혀 있었지만, 퇴임을 몇 달 앞둔 그 상사는 지인이 운영하는 외부업체에 맡긴 그 사업의 예산을 늘려주고 싶어 했던 것이다.

밤 11시가 넘어서 끝난 추경심의 의회에서 쪽지예산으로 사업비를 조금 받고 나서 상사의 이야기는 달라졌다. 추경에서 받은 예산을 사업비 안 잡혔던 토론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외부업체 위탁사업의 예산증액을 위해 쓰겠다고 한 것이다. 조직의 장으로서 그런 것도 마음대로 못하냐고 주장하던 상사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도의원의 중재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갈등을 풀어주십사고 모신 저녁회동에서 식사를 마친 도의원이 사업비 없이 계획된 토론회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맞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 당연한 결과를 얻기까지, 나는 그 도의원과 내 상사의 오랜 지역연고, 공직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쌓아온 협력의 두터운 벽을 그 도의원의 합리성이 뛰어넘을 수 있을지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 좁은 지역일수록 권력이 서로 연결된 소수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일을 하는 것이 때로는 곡예를 하는 것과 같다. 권력의 사용이 공익을 향한 것인지 공직자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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