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최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 유가족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오송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가 사고 원인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충북도청에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조사 1차 보고회를 열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처벌이 관점이 아닌 위험이 어떻게 축적됐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천 설계 기준상 미호천 제방의 적정 높이는 계획 홍수위 29.02m에 여유고 1.5m를 더한 30.52m이지만 임시 제방은 29.74m로 0.78m 낮았다. 미호천교 높이도 31.48m로 설계돼 제대로 임시 제방을 쌓을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충청북도와 청주시의 허술한 재난 대응 대책도 도마위에 올랐다.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를 '침수 우려 취약 도로'로 지정했지만 매뉴얼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청주시는 도로관리 주체는 아니지만 제방 붕괴 상황에서 교통 통제와 주민 대표 등 안전 조치를 실시하지 않아 사고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또 사고 책임에 거리를 둔 중앙정부와 지자체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1호를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도 주민 신고를 무시하고 도로 통제 등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지 않았다고 책임을 물었다. 참사 당일인 오전 7시 58분 임시 제방이 붕괴된 뒤 지하차도 침수가 시작될 때까지 30여 분의 골든타임이 있었으나 부실하게 대응해 14명이 숨지는 침수 사고를 막지 못했다.

위원회에 참석한 박상은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 조사관은 "충북도가 관리하는 지하차도 4개는 모두 '침수 우려 취약도로'로 지정됐지만 이들 도로는 하천 범람 대비 매뉴얼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며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 이후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됐음에도 관련 기관은 지하차도 위험등급을 허술하게 평가했고 도로 통제 기준도 강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경오 한경국립대 교수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됐던 사고 현장을 수해 취약지역으로 지정하지 않고 별도의 예찰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정책의 실패"라며 "임시제방 붕괴 후 지하차도 침수까지 30분 이상의 골든타임이 있었는데도 지자체에서 재난 관련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던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과사람 손익찬 변호사는 "환경부 장관은 하천법상 하천 유지보수와 안전 점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공사 발주청인 행복청과 재난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며 "비가 많이 오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임시 제방 관리 부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인 재난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위원회는 100쪽에 달하는 자체 조사 결과를 수사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오는 3월에는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자지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오송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내린 폭우로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인근 궁평2 지하차도에 하천수가 유입,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숨지고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인재로 판명됐다.

그럼에도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참사와 관련해 미호천교 확장공사 시공사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2명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오송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힌 사고 원인에 대한 1차 조사 결과가 검찰 수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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