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선 충북대 의대 명예교수

엄기선 충북대 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세상에는 만가지 종류나 되는 새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만가지 종류나 되는 새알도 있다는 말이겠다. 만가지 새의 생김새가 제각각인 것 처럼 만가지 새알 또한 크기와 모양, 색깔과 무늬가 제각각 일 터이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스토다드 박사는 5만개의 새알을 모아 알들의 형태와 어미새의 관계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 잘 날아 다니는 새일수록 날씬하고 긴 새알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바 있다.



날씬한 알모양은 어미새의 좁은 골반에 유리할 뿐 아니라 유선형 체형에도 유리할 터이니 그러한 점은 이해가 어렵지도 않고 흥미도 있는 연구결과라 하겠다. 그러나 그보다 한가지, 도대체 5만개의 알을 모은 연구자의 열정도 열정이려니와 그 알을 보관하려면 얼마만한 연구실 공간이 필요하게 될 것인가 또한 매우 궁금하다.



아마도 그 연구자는 연구재료가 되었던 1,400 종류의 새알을 쓰윽 한번 보는 것 만으로도 어느 새의 알인지 척척 구분하였을 것이 틀림 없다. 새알에 관한한 어느 누구의 눈보다 뛰어난 관찰력이 생겼을 터이니 말이다. 눈썰미를 기르는 데 쓰일 재료로서 다양한 모양의 새알은 학습관찰용으로 효용성이 크다고 당연히 생각한다.



비록 일만종 만큼은 안되어도 우리나라에는 5백 종 이상의 새가 있다고 한다. 강, 호수, 연못에 사는 청둥오리, 산악지대, 해안가, 강하구 등에 사는 맹금류 독수리, 강, 연못, 논밭등에 사는 황새, 기러기, 두루미 등 서식지에 따른 새종류 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흔한 참새목 참새, 딱새, 박새, 직박구리 그리고 까치, 까마귀, 비둘기, 꾀꼬리, 뻐꾸기, 백로 들 모두 그 일부이겠다.



필자는 특히 새알에 흥미가 있는데 꾀꼬리의 알은 청록색에 검은색 줄무늬가, 도요의 알은 갈색 점무늬가, 바다오리의 알은 검은색 줄무늬가, 그리고 참새의 알은 흰바탕에 갈색 반점이, 뱁새 알은 흰색이나 푸른색 바탕에 갈색 반점이 각각 있다.



특히 옥빛으로 파아란 찌르레기의 알은 아주 예뻐서 보석과도 같으니 참으로 새알 중의 새알이다 싶게 아름답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봉황의 알은 천년에 한번씩 내리는 알로, 봉황의 알을 품고 있는 사람은 귀한 자식을 낳거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봉황의 알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새알을 한데 모아 두고 어린이와 함께 보며 관찰하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 새알박물관이 있다는 소리는 아직 못들었다. 방부처리와 보존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이러한 박물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새알과 같이 반짝반짝 예쁜 모양은 아닐지라도 이에 버금가는 훌륭한 관찰의 재료로 필자가 제시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의학교육에 사용하는 벌레알(기생충알)인데 그 다양한 모양은 새알에 못지 않고, 감별의 중요성은 스토다드의 연구에 못지 않다.



새알의 모양에는 둥근것, 길쭉한 것, 대칭인 것, 비대칭인 것, 표면이 거친것, 표면이 매끄러운 것, 다양한 색깔과 무늬 등이 있는데 이와 꼭 같이 기생충알에도 이러한 다양성이 존재한다. 더구나 알 종류에 대한 정확한 감별진단이 따라야 치료약도 올바로 처방할 수 있어서 그 형태학적 관찰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벌레알은 더군다나 마이크로 사이즈여서 보존을 위한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아주 작은 10 밀리리터 약병 하나의 공간에도 일만개 알이 능히 들어갈 수 있으니 이보다 유용한 관찰학습의 재료가 따로 없다 생각한다. 현미경만 한대 있으면 기생충알은 그 모든 새알의 효용을 훌륭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기생생물세계은행은 최근 <기생생물자원관>을 개관하고 생명자원으로서의 중요성을 알리는 주 기능과는 별도로 ‘현미경관찰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설하였다.



의과대학의 기생충알 실습에 바탕한 필자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인데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4인 단위 한팀씩 사전 예약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알관찰 프로그램>이 자녀의 적성 및 재능 발견과 진로지도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



기생생물자원관(구글맵참조)의 이러한 재능기부 활동이 열린시민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