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동양일보]명서는 설이 들어 있는 절기가 궁금했다. 스물넷의 절기가 있다 하는데 절기의 이름은 안다. 즉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 이다. 그런데 ‘설(설날)’이 어느 절기에 들어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설이 이십사절기 중 어느 절기에 들어 있어?”

“아버지한테 물어봐라. 아버지는 잘 아실 거다.”

그래서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버지에게 갔다.

“아버지, 여쭤볼 게 있는데요.”

“그래, 뭐냐?”

“‘설’ 즉 ‘설날’ 은 이십사절기중 무슨 절기에 있어요. 그리고 절기의 유래는요?”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하냐. 선생님이 숙제 냈냐?”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아버진 보던 신문을 밀쳐놓으면서,

“이십사절기는 아느냐?”

“예, 그런데 자세히 말씀해 주셔요.”

“이십사절기는 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계절 별로, 매월 4-8 일에 오고, 그 사이에 19일에서 23일에 오는데, 그래서 봄은 춘분에서 하지사이를 봄이라하고, 하지에서 추분 사이를 여름, 추분에서 동지 사이를 가을, 동지에서 춘분 사이를 겨울. 이라 하는데 이는 중국의 계절을 따졌으므로 해서 우리 한국과는 계절에 차이가 있다는 거야. 이건 태양력을 기준을 했기 때문에 양력으로 한 것이라 음력으로는 날짜에 차이가 나서 이십사절기는 양력으로 따지는데 음력으로 따졌을 때는 날짜차이가 나서 이때는 음력에 윤달이라는 것을 둬서 조절하는 것이지. 무슨 말이지 알겠어!”

“잘 모르겠어요.”

나의 대답에 아버진 종이에 표를 그려 보이며,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 보면 말이다.”



그러면서 종이에 24절기의 표를 만들어 보인다.



24절기

음력월 절기 양력일자 황경

1월 입춘(立春) (절·節) 2월 4일 경 315°

우수(雨水) (중·中) 2월 19일 경 330°

2월 경칩(驚蟄) 3월 6일 경 345°

춘분(春分) 3월 21일 경 ㅇ°

3월 청명(淸明) 4월 5일 경 15°

곡우(穀雨) 4월 20일 경 30°

4월 입하(立夏) 5월 6일 경 45°

소만(小滿) 5월 21일 경 60°

5월 망종(芒種) 6월 6일 경 75°

하지(夏至) 6월 21일 경 90°

6월 소서(小暑) 7월 7일 경 105°

대서(大暑) 7월 23일 경 120°

7월 입추(立秋) 8월 8일 경 135°

처서(處暑) 8월 25일 경 150°

8월 백로(白露) 9월 8일 경 165°

추분(秋分) 9월 23일 경 180°

9월 한로(寒露) 10월 8일 경 195°

상강(霜降) 10월 23일 경 210°

10월 입동(立冬) 11월 7일 경 225°

소설(小雪) 11월 22일 경 240°

11월 대설(大雪) 12월 7일 경 255°

동지(冬至) 12월 22일 경 270°

12월 소한(小寒) 1월 6일 경 285°

대한(大寒) 1월 21일 경 300°



“이 표를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개의 절기(4립의 날)로 시작되고 24절기는 다시 절·節과 중·中으로 분류돼서 ‘입춘’같이 홀수의 것들은 절·節이 되고 ‘우수’같이 짝수의 것들은 중·中이 되는 거지. 다시 말해서 입춘, 경칩, 청명, 입하, 망종, 소서, 입추, 백로, 한로, 입동, 대설, 소한 같이 홀수의 것들은 절·節 이 되고 우수, 춘분, 곡우, 소만, 하지, 대서, 처서, 추분. 상강, 소설, 동지, 대한 같이 짝수의 것들은 중·中 이 된단 말이야.”

“그런데 이 표에서 ‘황경’ 이라는 것은 뭐예요?”

“그건 말이다. 태양이 ‘춘분’지나는 점(춘분점)을 황경이라 하고 이를 황도 0°라 하는데 황도란 지구에서 보았을 때 태양이 1년 동안 하늘을 한 바퀴 도는 길을 말하며 이 황경이 ㅇ°일 때를 ‘춘분’이라 라 하고 하는데 이 황경이 15°일 때를 ‘청명’이라 하는 것이지.”

“응 알았다. 그러니까 이 표와 같이 15°간격으로 24절기의 날짜가 구분된다 이거지요.”

“그렇지. 그러니까 24절기는 대략 15일 간격으로 보인 달력이라고 보면 된다. 계절이란 태양의 위치 즉 황경에 따라 변동하기 땜에 24절기의 날짜는 양력은 같으나 달의 변동으로 하는 음력으론 조금씩 달라져.”

“그러니까 음력에는 윤달이 있어서 한 달이 더 있군요!”

“그렇지.”

“근데 설은 이 이십사절기 중 어느 절기에 드냐고요?”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이 말부터 들어!”

“말씀해 보셔요.”

“그러니까24절기는 실제로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이라는 덴 이렇게 적혀있어.”

“어떻게요?”

“입춘은 1월의 절기이고 우수는 1월이 중기라고 했지?”

“예”

“이 때는 물고기가 얼음 밑에를 돌아다니고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고, 초목이 싹이 튼다고 했어.”

“그리고요?”

“경칩은 2월의 절기고 춘분은 2월의 중기라고 했지?”

“예”

“이때는 복숭아 꽃이 피기 시작하고 꾀꼬리가 울며 제비가 날아오고 우레가 울고 번개가 친다 라고 했어.”

“2월에요?”

“그러니까 중국과 다르다고 했잖아.”

“그 다음은요?”

“청명은 3월의 절기이고 곡우는 3월이 중기라고 했지?”

“계속하세요.”

“이때는 오동 꽃이 피기 시작하고 무지개가 나타나고 산비둘기가 깃을 털고 뻐꾸기가 뽕나무에 내려 앉는다고 했지.”

“입하는 4월의 절기이고 소만은 4월의 중기라고 하는데 청개구리가 나오며 씀바귀가 뻗어 오르며 냉이가 죽고 보리가 익는다고 했어.”

“망종은 5월의 절기고 하지는 5월의 중기인데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고 사슴뿔이 떨어진다, 라고 했지.”

“소서는 6월의 절기이고 대서는 6월의 중기라고 하지. 이때는 더운 바람이 불고 귀뚜라미가 벽에 기어 다니며 흙이 습하고 더워지며 큰비가 때로 내린다고 했어.”

“입추는 7월의 절기이고 처서는 7월의 중기이고, 서늘한 바람이 불고 이슬이 내리며 쓰르라미가 울고 벼가 익는다고 했지.

“백로는 8월의 절기이고 추분은 8월이 중기이며, 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돌아가며 우레 소리가 소리를 거둔다고 하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했어.”

“한로는 9월의 절기이고 상강은 9월의 중기이며, 국화가 노랗게 꽃피고 승냥이가 짐승을 잡고 초록이 누렇게 낙엽지고 땅에서 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으로 들어간다고 했지.”

“입동은 10월의 절기이고 소설은 10월의 중기이며, 물이 얼기 시작하고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어.”

“대설을 11월의 절기이고 동지는 11월의 중기이며, 범이 교미를 시작하며 고라니의 뿔이 떨어지고 샘물이 언다고 했지.”

“소한은 12월의 절기이고 대한은 12월의 중기이며, 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가고 까치가 깃을 치기 시작하며 물과 못이 두껍고 단단하게 언다고 했어.”

그리고는 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시계를 쳐다보더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아!”

하곤 자리에서 부리나케 일어선다.

“오늘이 일요일이잖아요.”

“어, 오늘 아버지 친구 분들 하고 약속이 있어서 그래. 그리구 엄마한테 물어 봐!”

“엄만 아버지한테 물어보라고 했어요.”

“엄마두 잘 알아.”

명서는 엄마한테 다시 가서,

“아버지 친구 분들하구 약속이 있다구 나가야 한다구 하면서 엄마두 잘 안다구 엄마한테 물어보래요.”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그래 뭐냐 궁금한 게?”

“아까 얘기했잖아요?”

“참, 설이 어느 절기에 들어 있냐고 했지? 그건 그렇고 봄의 절기인 입춘’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經)이란 글씨를 써서 붙였지. ‘우수’엔 봄비가 내리면 씨앗이 싹튼다고 했고, ‘경칩’엔 모든 것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그래서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다 했고, ‘춘분’엔 이날은 낮과 밤이 길이가 갖고 이날부터 차차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고 했어. ‘청명’엔 봄의 농사를 준비한다고 했고, ‘곡우’엔 씨를 뿌린 곡식에 비가 내린다는 뜻으로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든다고 했어.”

“아버지가 얘기한 것과는 다르네요?”

“그러니까 들어봐! 여름의 절기인 5월, 7월인 ‘입하’엔 보리가 익을 무렵으로 여름의 시작이고, ‘소만’은 일조량이 풍부해서 모든 것이 꽉 찬다는 뜻으로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된다는 것이라 했지. ‘망종’은 씨를 뿌린다는 때이고, ‘하지’는 낮이 1년 중 가장 긴 때로 기온이 이날부터 오른다는 것이고, ‘소서’는 이날부터 더위가 시작된다는 뜻이고 과일과 채소가 많다고 했지. ‘대서’엔 더위가 가장 심하다고 해서 삼복을 피해서 보양식을 먹고 물놀이를 한다고 했지.

“그래서요?”

“그래서 가을의 절기인 8월, 10월인 ‘입추’는 가을의 시작을 뜻하고, ‘처서’는 아침저녁으로 더위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으로 바뀌어 가을로 접어들고, ‘백로’는 풀잎에 이슬이 맺히고, ‘추분’은 밤이 길어지고, ‘한로’는 이슬이 차거워지기 시작하고, ‘상강 ’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이지.”

“그리고요?”

“겨울의 절기인 11월, 1월 인 ‘입동’은 겨울이 시작함을 알리고, ‘소설’은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대설’은 눈이 많이 내리고, ‘동지’는 1년 중 밤이 제일 긴 때야. ‘소한’은 겨울 중에서 제일 출 때이고, ‘대한’은 겨울 추위에서 막바지에 이르는 때야.”

“인제 알겠는데요. 엄마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말한 거네요. 그런데 제가 알고 싶은 건요….”





그러니까 네가 묻는 24절기 중에 ‘설’ 즉 ‘설날’은 어느 절기에 드냐 이거 아니냐?”

“네”

“그건 말이다. ‘소한’이 1월 6일 경이고 ‘대한’이 1월 21일 경이니 ‘소한’이 아니냐. 설(설날)은 1월1일이니까 말이야.”

“그건 양력으로 따져서 그렇지요. 설 즉 설날은 음력 1월 1일이잖어요. 설은 음력으로 따지 니까요?”

“참 그렇지, 그러니까 올 설은 양력으론 2월 9일이 음력으로는 12월 그믐이니 양력 2월 10일이 음력으로 1월 1일 설(설날)이 되지. 2023년에 윤달이 들어서 그런데, ‘윤달’과 ‘윤년’에 대해선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자.”

“윤달, 윤년에 대해선 다음에 듣기로 하고, 그럼 2024년인 올해는 2월 10일이 설(설날)이네요?”

“그래 맞다.”

“그럼 무슨 해이지요?“

“용해 아니냐 용해.”

“용해라는 건 아는데요. 용두 색깔이 있잖아요?”

“아, 그거 청룡 아니냐. 청룡.”

“용은 용인데 청용요?”

“그래.”

“그러니까 푸를 청자 해서 청용(靑龍)인데 그건 어떻게 알아요?”

“그거 얘기하자면 좀 길어진다. 나도 돌아가신 니 할아버지한테 배웠어.”

“좀 간단히 얘기해 주세요!”

“간단히, 그럼 말이다. 너 천간(天干)과 지지(地支) 라는 건 알아?”

“예, ‘천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고, ‘지지’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지요. 학교서 배웠어요.”

“그래, 그러면 천간 10개와 지지12개를 첫 번 것부터 짝지어 갑자, 을축, 병인… 식으로 죽 써내려가 봐. 그러면 ‘계해’ 로 즉 천간과 지지의 끝끼리 맞아 떨어질 때까지 쓰다보면 다시 ‘갑자’가 될 거야.”

명서는 시키는 대로 죽 써내려가다가 다시 ‘갑자’ 가 시작할 때까지 썼다. 그걸 보자 엄마가,

“몇 번 째 맞아 떨어졌지?”

“60번째요.”

그래서 이것을 ‘60화갑자’ 라하고 줄여서 ‘60갑자’, 더 줄여서 ‘육갑’이라고 하지. 그리고 예순 한 번째 다시 ‘갑자’가 돌아오기 땜에 61살을 환갑 또는 회갑이라 하는 거야. 그러면 여기서 ‘갑진’을 찾아봐!?

“여기 ‘갑진’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갑진’ 년은 지지의 ‘진’이 들어 있어서 용띠 라는 건 알 수 있지만 올해는 ‘청용(靑龍)’의 해라하는데 이 색깔은 어떻게 따지지요?”

“그건 천간을 둘씩 묶어서 ‘갑을’은 청(靑), ‘병정’은 적(赤), ‘무기’는 황(黃), ‘경신’은 백(白), ‘임계’는 흑(黑)이라 외어둬, 올해는 갑진년이라 ‘갑’이 들어가서 색깔이 청이 들기 때문에 ‘청용’이라 하는 거야 알았어.”

“그래서 청용이라 하는구먼요. 그런데 엄마는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그래 아까 얘기했잖아, 니 할아버지 덕분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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