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수 중원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한정수 중원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동양일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느새 우리 고유의 명절 설날이 다가왔다. 설날이 오면 가족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고, 도담도담 모여앉아 소담소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작심삼일이 된 1월 1일의 계획을 다시금 돌아보는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연일 치솟는 물가로 주머니는 얇아질지언정 마음만은 한없이 두툼하고 따뜻한 연휴가 되길 바란다.

얼마 전, 극단 ‘청사’에서는 신입 단원 워크숍으로 “그 여자 사람잡네”라는 공연 소식을 접하였다. 신입 단원이라고는 하지만, 잠시 쉬었다 현장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무대에 선 분도, 또 처음으로 주인공이라는 역할을 맡은 배우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이들이 연극에 매료되어 다시 무대로, 또는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첫 무대로 나올 수 있었던 까닭은 아마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전공자인 나도 대학의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선·후배들과 공연을 준비하며 땀을 흘렸던 기억, 무대 위의 따사로운 조명을 받으며 떨린 마음을 다잡고 대사를 쳤던 기억, 마지막 커튼콜에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그들의 박수갈채 들었던 영광스러웠던 순간들이 모여 연극을 업으로 하는 삶을 선택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신입 단원이라는 신분으로 신입의 시기를 거쳤기에 신입 단원 워크숍 공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배우와 단체 모두에게 뜻깊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베테랑 연기자들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신입 단원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현장의 실정을 고려한다면 극단과 단원이 함께 힘을 합쳐 만든 공연이기에 더욱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는 전문 극단은 아니지만 직장인 극단, 주부 극단, 시니어 극단(인형극), 장애인을 중심으로 한 연극 단체 등 다양한 시민주축의 극단들이 존재한다. 이분들 중에서는 연극·영화계열을 전공하신 분도, 또 전공은 하지 않았지만 연기가 좋아서, 연기가 해보고 싶어서 바쁜 삶의 한 귀퉁이를 내어 연극 공연을 제작하고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물론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이 있겠지만 단원들 스스로 공부하고, 소통하며 작품을 만드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이제는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연기에 대한 도전과 연극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전문 단체와는 다르게 시민들이 만드는 연극에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가끔 등장의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대사를 까먹기도 하지만 이는 연극을 체험하고 경험하며, 보다 전문성을 갖춘 연극을 만들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들이 무대를 대하는 진정성이나 열정, 그리고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 대사의 순간이 다가오면 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시민들이 만드는 연극의 묘미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매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자연극제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시민연극들이 활성화되어가고 있다. 우리 충북지역에서도 이러한 시민극단들이 활성화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배우를 한 번쯤은 꿈꿔봤던, 연극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 셰익스피어의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명언처럼 우리 모두가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공연의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 설 수 있다. 값진 년에 맞게 값진 도전으로 또 다른 인물을 완성해가는 그런 무대가 다양하게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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