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

[동양일보]중고거래 시장이 고속 성장 중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4조 원 이었던 중고거래 규모는 올 해 약 30조 원을 넘어 설 것으로 예상되며, 16년 만에 약 7배가 넘어서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야외활동보다 실내생활이 익숙해지며 중고거래 시장이 급성장했다. 또한 최근에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공유경제가 활성화 되고 소비형태가 급속도로 변화되었다. 시장경제는 고물가·저성장 기조로 접어들며 소비심리도 급속히 위축된 가운데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은 이제는 주류 시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각종 플랫폼도 생겨났다. 네이버 카페에서 시작한 어쩌면 중고거래 플랫폼의 시초라고 평가할 수 있는 ‘중고나라’부터 이제는 너무나도 친숙한 ‘당근마켓’, ‘번개장터’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중고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사기 범죄 등 각종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중고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총 8만3214건으로 조사되었고, 사기 피해 금액은 2021년 기준 3606억원으로 2018년 278억원에서 약 13배 가까이 커진 금액과 규모로 파악된다.

중고거래 사기 유형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허위 물품 판매 광고 유형이다. 노트북이나 유명 신발,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 티켓, 백화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상품권 등을 판매한다고 허위 광고를 올리고 선입금을 받은 후, 핑계를 대며 물품을 발송하지 않고 잠적하는 사례이다. 이 경우에는 판매자자 대포 통장을 이용해 거래하거나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검거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둘째, 택배 거래를 유도해 판매 물품이 아닌 다른 물품을 발송하는 유형이다. 판매자가 보낸 정보와 다르게 해진 옷이나 종이, 벽돌, 쓰레기 등 쓸모없는 물건을 상자 안에 담아 보내거나 하자가 있는 물품 또는 구성 용품이 다른 물품을 발송하는 경우다.

셋째, 가짜 안전 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입금을 유도하는 유형이다. 중고거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 거래를 하자고 구매자를 설득한 뒤 실제 사이트와 유사한 가짜 안전 거래 사이트 링크를 카카오톡이나 휴대폰 문자로 보내 입금을 유도하는 사례다.

넷째, 판매자가 거래 물품을 구매자의 집 문고리나 대문 앞 등 정해진 장소에 놓아두자고 약속한 후, 구매자가 물품을 받은 후 입금하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문고리 거래 유형이다. 판매자가 돈을 입금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택배 거래와 달리 문고리 거래는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후 돈을 주지 않고 잠적해 버리는 수법이다.

최근에는 중고거래 사기 범죄가 더욱 진화하였다. ‘3자 사기’라는 신종 수법이 등장하였는데, 이는 사기 이용자가 물품을 판매하려는 사람(A)과 물품을 구매하려는 사람(B)에게 동시에 접근하여 구매자(B)에게 판매자(A)의 계좌로 송금하게 한 후, 판매자(A)에게는 자신이 송금한 것처럼 속여 물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다.

중고거래 사기는 피해를 당했을 때 소액이라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가 많다. 따라서 사기 피해가 의심되거나 피해를 본 경우에는 판매자 게시글과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등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과 계좌이체 내역서 등을 출력해 경찰서에 신고 접수하고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더 치트, The Cheat)에 등록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물론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금전적인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사이버 금융범죄에 해당하는 피싱, 파밍, 스미싱 등은 피해자가 신고하면 범죄에 사용된 거래 계좌를 의무적으로 지급 정지하게 되어있자만, 중고거래 사기는 전기통신사기로 분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지급정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피해보상을 위해서는 민사 소송을 해야 하는데 피해 금액의 약 10% 정도의 소송 비용과 3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소송 기간은 피해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중고거래 사기 피해는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하는데, 이런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중고거래 사기는 범죄 피해를 당하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최우선의 대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중고거래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중고거래 이용시 안전한 플랫폼을 이용하고 결제대금은 반드시 안전결제 사이트를 이용하며, 인적사항과 집주소 등 개인정보는 반드시 노출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판매자와 구매자는 반드시 직거래로 상대방을 확인하여 물품을 확인한 후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택배나 송금을 택한다면 중고거래 플랫폼의 안전결제 시스템과 사기피해 정보공유 공식앱인 ‘더 치트’또는 경찰청 ‘사이버캅’앱을 통해 판매자 연락처, 아이디, 계좌번호의 신고 이력을 조회해 보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온라인 거래를 해야 한다면 카카오톡이나 문자보다는 판매자와 직접 통화한 후 거래를 진행하고, 판매 가격이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물품은 의심하고 판매자와 통화 후 정확한 물품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약 중고거래 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웹사이트인 경찰청 ‘사이버 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신고해야 한다.



중고거래 사기의 범죄피해 규모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사기범죄의 수법은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여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행법을 개정하여 중고거래 사기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대응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중고거래사기특별법’ 제정을 통해 피해 예방과 피해액 환수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고거래 사기, 이제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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